부산외국어대 갑작스런 총장 교체 왜
부산외국어대(사진)가 현 정해린 총장(78)의 임기가 1년 남았는데도 새 총장을 선출해 학내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은 민주적 총장 선출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부산외대 학교법인 성지학원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정해린 총장 후임으로 정기영 일본어창의융합학부 교수(55)를 제9대 총장에 선임했다고 6일 발표했다. 정기영 총장은 1986년 부산외대 일본어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94년 교수로 임용돼 대외협력처장, 국제교류처장 등을 지냈다. 정기영 총장의 임기는 오는 3월1일부터 2022년 2월 말까지다.

이사장에 이어 2011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장직을 수행해온 정해린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임하면서 배경에 뒷말이 나온다. 성창기업지주 회장이기도 한 정해린 총장의 임기는 2019년 2월까지로 1년가량 남아 있다. 부산외대 측은 “정해린 총장이 80대에 가까운 고령인 데다 대학역량 강화를 위해 행정경험이 풍부한 젊은 총장이 대학을 이끄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산외대 한 교수는 “부산외대 이사장이 정해린 총장의 부인이어서 가족끼리 학교를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도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해린 총장이 고발된 것도 사임 이유로 거론된다. 캠퍼스 배관 설계자이던 박모씨는 지난달 12일 부당한 물탱크와 배관 임의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부산지방법원에 정해린 총장을 고발했다.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은 이와 관련, 민주적 총장 선출에 대한 그동안의 요구를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교수협의회는 정 총장 내정에 반발해 이날 오전 대학 본관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교수협의회는 그동안 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출할 것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12월 말 학내 교수들에게 총장 선출과 관련해 학교와 협의할 권한을 위임받아 총장선출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교수협의회 소속 한 교수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총장을 뽑겠다는 그동안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갔다”며 “기습적으로 뽑은 총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