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리스트' 관리하며 체계적 채용비리…청탁자·지시자 신원확인이 관건
검찰, 국민·하나·대구·부산·광주 등 5개은행 채용비리 수사
'VIP 리스트'까지 관리하며 체계적으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은행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검찰청은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한 수사 참고자료를 넘겨받아 5개 관할 지방검찰청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대상은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2개 시중은행과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3개 지방은행이다.

사건별로 국민은행은 서울남부지검, 하나은행은 서울서부지검, 대구은행은 대구지검, 부산은행은 부산지검, 광주은행은 광주지검이 각각 맡아 수사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검사에서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하고, 의혹이 확인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5곳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채용비리 의심 사례는 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이 각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으로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해에만 각각 55명과 20명으로 된 'VIP 리스트'를 관리하며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 대한 수사가 가장 관심을 받는다.

하나은행의 경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55명 전원이 2016년 공채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시험 성적으로만 당락이 갈리는 필기전형을 거쳐 6명이 남았고, 임원면접 점수 조작으로 전원 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계열사인 하나카드 사장의 지인 자녀는 그해 12월 7일 임원면접 점수가 4.2점으로 '불합격'이었지만, 이튿날 4.6점으로 높아져 '합격'으로 발표됐다.

사외이사 지인 자녀도 이런 식으로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20명의 VIP 리스트가 발견된 국민은행 역시 2015년 공채에서 이들 전원을 서류전형에서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특혜가 의심되는 3명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수사에서는 청탁자와 지시자의 신원을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 조사과정에서는 청탁·지시자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거나, 일부 은행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VIP 리스트에도 추천자가 '사외이사'로만 기재돼 어느 회사의 사외이사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은행은 "(VIP 리스트는) 은행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민간 금융회사 재량의 영역"이라고 반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 대구은행은 은행 임직원과 관련된 3명의 지원자가 합격 점수에 미달하는데도 간이 면접에서 최고 등급(AA)을 줘 실무자·임원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은행은 1차 면접 전 인사부가 비공식적으로 지원자를 만나 특이사항을 인사담당 임원과 은행장 등에게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합격 인원을 임의로 늘려 전 국회의원의 딸 등 2명의 지원자를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는다.

광주은행은 인사담당 부행장보가 자녀의 2차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사례가 적발됐다.
검찰, 국민·하나·대구·부산·광주 등 5개은행 채용비리 수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