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남쪽 주택가. 가게라고는 없을 것 같은 좁은 주택가 한쪽에 잿빛 벽돌을 입은 빵집이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점심 시간을 1시간여 앞둔 모호한 시간임에도 가게 안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직접 구운 식빵과 따뜻한 수프, 커피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걸음을 한 손님들이다.

이 일대에는 이 가게처럼 특색 있는 커피전문점, 빵집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수채화를 그릴 수 있는 곳, LP판 음악을 들으면서 캐나다 캠핑 간식을 즐기는 곳 등 각양각색의 카페들이 모여 ‘카페촌’을 형성 중이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석촌호수 앞에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선 이후 20~30대 젊은 층의 유입이 늘면서 일대 골목 풍경도 바꿔놓은 것이다.

송파구가 새로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힙-시티(hip-city)’로 변신 중이다. 강남·서초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지만, 서초·강남구에 비해 거주 중심의 조용한 도시라는 인식이 강했던 송파구다.
[구청 리포트] '강남 3구 막내' 송파구… 2030 '힙시티'로 바뀐다
◆잠실 일대, 마이스 복합단지로

88올림픽이 열렸던 잠실종합운동장은 2025년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로 확 바뀐다. 주경기장은 보존하고 주변은 컨벤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어우러진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단지 거점으로 조성된다.

야구팬들은 잠실야구장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야구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은 2025년 현재 보조경기장이 있는 한강변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강을 바라보면서 야구 관람을 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야구장이 된다는 얘기다. 한강으로의 접근성도 좋아진다. 올림픽대로 일부가 지하로 들어가고 그 위로는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데크가 설치된다. 이 일대를 개발하면 연평균 약 10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약 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정동 일대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곳에는 법조타운과 미래형 업무단지가 들어선다. 법조타운에는 지난해 동부지방법원과 동부지방검찰청, 동부구치소, 서울동부준법센터가 이전했다. 미래형 업무단지에는 IT융합, 바이오메디컬산업, 콘텐츠산업, 금융업 등 신성장동력산업과 산업교육센터, 국제회의장 등이 자리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동부간선도로와 SRT 수서역, 외곽순환도로, 지하철 8호선 문정역 등이 교차하는 교통 요지여서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도 옷을 싹 갈아입는다. 1985년 6월 개장한 이곳은 한때 서울의 대표 도매시장이었다. 그러나 시설이 낡고 도매와 소매가 혼재되는 문제까지 얽히면서 시설 현대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직판시장, 식자재상가 등 소매시장은 도매시장과 분리했고 냉동창고나 가공처리장 등 물류지원시설은 대폭 강화한다.

방이동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유치하겠다는 게 송파구의 구상이다. 한예종은 성북구 석관동과 서초구 서초동, 종로구 와룡동 등 세 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이 중 석관동 캠퍼스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의릉에 포함되면서 이전이 불가피해졌다.

◆대한민국 ‘안전 1번지’

송파구는 최근 안전 문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항 지진, 제천·밀양 화재 등 대형 재난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이다.

우선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안전 교육을 하는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을 올 상반기 개관한다. 이곳에서는 가정과 항공기, 선박, 철도, 승강기 등에서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상시 교육한다.

송파구 관계자는 “10여 년 전 조사에서 어린이의 손상사망(질병 외 사고로 다쳐 사망)과 부상이 서울시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며 “이후 어린이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썼고 2013년과 2014년 어린이 손상사망자 수가 0명으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 관내에는 국내 최초로 국제 안전 기준에 맞춰 설립된 어린이집도 있다. 송파구는 향후 이 어린이집의 노하우를 분석해 관내 어린이집에 적용할 계획이다.

생활 소음과 미세먼지 줄이기도 한창이다. 문정동 등 관내 곳곳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소음과 먼지에 따른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최초로 ‘생활소음과 비산먼지 저감 실천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조례에 따르면 주택 재개발사업 및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 재건축사업 공사장 등 300가구 이상 또는 부지면적 1만㎡ 이상의 공사장은 항상 소음도를 측정해야 한다. 또 콘크리트 펌프, 굴착기, 다짐기 등을 쓰는 공사장의 소음이 생활소음기준치(주거지역은 주간 65㏈)보다 더 높으면 장비 사용도 제한한다.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사장에 먼지관리 전담요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 누에 치는 방 있던 잠실… 말 그대로 '상전벽해'

서울 잠실동은 송파구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동네다. 잠실종합운동장과 롯데월드, 석촌호수 등 송파구의 랜드마크가 이곳에 몰려 있다. 잠실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초기 이곳에 누에 치는 방인 ‘잠실(蠶室)’이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세종은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강변 땅에 뽕나무를 심고 국립양잠소인 잠실도회를 설치했다. 뽕나무밭이 있던 자리에는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송파구라는 지명은 고려시대부터 불린 것으로 전해진다.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라는 뜻에서 송파(松坡)로 명명됐다. 송파구 일대는 온조왕부터 21대 개로왕까지 493년간 백제의 수도이기도 했다.

박상용/백승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