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스프링클러·방화문 부재 외에도 부실한 소방점검이 화를 키운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밀양 세종병원도 2015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건물 내 소방시설 작동기능 점검을 이 병원 총무과장인 김모씨(38)가 했다.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 소지자인 김씨가 자체 점검 후 방화문을 포함해 자동 화재탐지 설비, 인명구조 기구 등 모든 시설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소방서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해당 병원에서 불이 났을 때 1층에는 방화문이 아예 없었고, 나머지 방화문도 고열에 의해 찌그러져 그 틈으로 연기가 유입돼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방화문의 정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그동안 총무과장인 김씨가 부실 소방점검을 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1일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건물이 경매로 이모씨(54·구속)에게 매각되기 전까지 전 건물주인 박모씨(59·입건)의 아들이 소방안전관리를 담당했다. 역시 셀프점검을 해왔지만 박씨의 아들은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소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소방당국이 인력 부족과 행정 효율을 이유로 연면적 5000㎡ 미만 건물에 대해 셀프점검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제천·밀양 화재의 경우처럼 소방안전관리자가 소방 설비·장비의 문제를 발견하고도 묵인하면 시설 교체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고 허위보고로 관할 소방서를 속일 수도 있다.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 취득이 쉬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30층 이상 또는 높이 120m 이상인 아파트를 관리할 수 있는 1급 자격증은 하루 평균 8시간씩 5일간, 스프링클러 또는 옥내 소화전이 설치된 특정소방대상물을 관리할 수 있는 2급 자격증은 4일만 교육받으면 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