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지점 감식·발화물 실험 등으로 방화 증거 찾아
휴대전화 복원해 '자살 암시 문자' 등 발견…"라이터로 불 붙였다" 추가 자백 받아내

화재로 세남매를 숨지게 한 엄마 정모(23)씨에 대해 '실화' 혐의로 송치한 경찰 수사결과를 뒤집고 광주지검은 '방화' 혐의로 29일 기소했다.

정씨의 자백과 증거, 정황 등으로 미뤄 경찰은 실화로 결론을 냈지만, 검찰은 최초 발화에 대해 정씨가 진술을 번복한 것을 주목해 이를 전면 재검토했다.

대검찰청 화재수사팀의 정밀검식, 피의자 휴대전화 복원 등으로 화재원인과 범행동기를 밝혀내 정 씨로부터 "자살할 생각에 진화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는 방화의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 세남매 엄마 진술번복에 주목… 경찰수사 뒤집고 방화 입증
검찰은 정씨가 처음에는 '라면을 끓이려고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다가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잠이 들었다'고 진술을 바꾼 점을 주목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이 '실화'로 결론 내고 송치한 이 사건을 검찰은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기로 했고, 그 첫 번째로 화재 수사의 가장 기본적인 증거인 발화지점 조사에 집중했다.

최초 발화 지점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재 감식결과에서 '작은방 내측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나 출입문 외측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검찰청 화재수사팀은 이에대해 '방안 쪽 출입문 문턱에서 시작돼 방 내부를 전소시킨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최초 불이 시작된 지점이 방 안쪽이라는 정밀감정 결과는 '작은 방 바깥 입구에서 담뱃불을 이불에 튀겨 꼈다'는 정씨의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였다.

검찰은 담뱃불로 이불에 불이 번질 수 있는지 규명하기 위해 극세사 이불에 재연실험을 벌여 담뱃불로 같은 형태의 불이 날 수 없음도 증명했다.

여기에 경찰이 비밀번호를 몰라 복원하지 못한 정씨의 휴대전화를 복원한 것도 방화의 정황을 뒷받침했다.

정씨는 아이들이 잠든 방에서 불이 나고 있는데도 세남매를 구하지 않고 10분간 전 남편, 남자친구 등과 통화만 한 사실을 확인했다.

불이 나고서는 약 40분간 거실에서 아무런 구호 조치도 하지 않은 정황도 밝혀냈다.

또 휴대전화에서는 전남편·친구와의 불화, 물품 사기 피해자의 변제 요구에 '자살하겠다'고 보낸 내용 등 고의로 불을 질러 세 남매를 숨지게 한 범행동기가 나왔다.
검찰, 세남매 엄마 진술번복에 주목… 경찰수사 뒤집고 방화 입증
정씨가 화재 당시 입은 화상의 흔적은 화재 당시 정씨 진술과 달리, 작은 방 내부가 아닌 거실에 나와 있었음을 의심하게 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는 경찰 조사에서 변명한 정씨의 진술에 대해 거짓 반응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추궁한 검찰에게 정씨는 "작은 방 바깥에서 담배를 피운 후 이불에 위에 담배꽁초를 올려둔 채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장난을 했다"며 "작은 방에서 전화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으나 처음에는 자녀들과 자살할 생각에 진화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정씨가 부주의로 불을 낸 게 아닌 고의로 불을 낸 것으로 보고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정씨가 수사 초기 담뱃불에 의한 실화임을 주장했으나 대검 화재수사팀 감정 등 적극적인 과학수사를 통해 방화를 저지르고, 자녀들을 구하지 않고 죽게한 혐의를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또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양육문제, 물품사기 범행으로 인한 변제 독촉 등 범행 동기까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