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공모·합동 범행 인정해 원심보다 높은 형량 선고해
"학부형이 교사 상대 성폭력 범죄, 우리 사회 충격 줘"…합의·선처 탄원 참작
섬 여교사 성폭행 학부모 파기환송심 징역 10∼15년… 공모 인정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섬마을 학부모들이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더 높아졌다.

광주고법 형사4부(최인규 부장판사)는 2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39), 이모(35), 박모(50)씨에게 각각 징역 10년, 8년,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 12년,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했다.

파기환송심을 심리한 광주고법 형사4부도 이들의 모든 범행에서 공모·합동관계를 인정해 형량을 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친분이 두터운 점, 범행 당시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각자 차량을 이용해 비교적 일사분란하게 범행 장소로 이동했다가 각자 주거지로 돌아온 과정,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한 진술이 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들의 합동 또는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국민의 핵심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성폭력 범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피해자 정신세계를 파괴하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인격에 대한 살인행위와 다름이 없다"면서 "실제로 피해자는 휴직하고 상당한 기간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부형이 교사인 피해자를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 범죄는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다"며 "건장한 남자들이 자정을 전후로 약 2시간 30분에 걸쳐 서로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나쁘고 그에 대한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원심 판결 선고 후 피해자와 모두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고 선처해 주길 탄원하는 점, 범행 이전에는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이들의 1·2차 범행 모두 공모관계를 인정하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들은 2016년 5월 21일 오후 11시 10분부터 22일 새벽 사이 전남 신안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에서 공모해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자정을 기준으로 두 차례 범행을 저질렀는데 1차 범행에서는 피해자가 저항하면서 범행에 실패했고 범행을 재시도해 잠이 든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김씨는 2007년 대전의 한 원룸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이들이 학부모라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김씨 징역 25년, 이씨 22년, 박씨 17년형을 각각 구형했다.

1심은 "1차 범행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 18년, 13년, 12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피해자와 합의, 선처 등을 이유로 각각 징역 7∼10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2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공모공동정범, 합동범을 인정할 수 있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