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층 마주보는 카페, 한쪽만 영업 못하는 까닭
지난 28일 서울 상봉동 홈플러스 상봉점. 넷째주 일요일이던 이날 1층 A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불은 꺼져 있었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휴점한 것이다. 그런데 A커피전문점과 5m가량 떨어져 있는 B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불을 환하게 밝힌 채 영업 중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근거리의 한 가게는 문을 닫고, 다른 가게는 영업할 수 있었던 것은 임대차 계약 상대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 건물에는 홈플러스만 있는 게 아니다. 지하 5층~지상 1층은 홈플러스, 1층 나머지 공간~지상 3층은 복합쇼핑몰 엔터식스다. A커피전문점은 홈플러스와, B커피전문점은 엔터식스와 입점 계약을 맺었다.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와 달리 일요일 영업 규제를 받지 않는다.

A커피전문점의 민원을 접수한 중랑구는 최근 법제처에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규제할 때 일부 점포를 제외할 수 있는지’ 유권 해석을 요청했다. 홈플러스와 계약한 일부 사업자가 엔터식스와 계약한 사업자들과의 형평성을 문제삼은 데 따른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는 구청장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제처의 답변은 “안 된다”였다. 지금처럼 홈플러스와 계약한 점포는 가게 위치와 상관없이 일요일(격주)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와 계약했다면 법적으로 점포의 독립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대형마트와 같은 규제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규제의 실효성도 불분명한데 획일적으로 규제를 적용한다는 견해가 많아서다. 대형마트 규제와 골목상권 부활 간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홈플러스 상봉점 1층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계약을 누구와 했는지만 따져서 규제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반쪽자리 규제로 애꿎은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법제연구원도 규제의 획일성을 문제삼은 바 있다.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낸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사후적 입법평가’에서 “대형마트에 입점한 점포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게 합리적인지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박상용/김주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