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반발에 부딪힌 '유시민표 초등 빈교실 활용안'
“돌봄교실도 부족한데 어린이집을 어떻게 만드나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 교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초등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한다는 건 현장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A씨가 다니는 학교에는 돌봄교실 전용교실이 한 개뿐이다. 맞벌이 부모 증가로 돌봄교실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전용교실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방안으로 초등학교 빈 교실을 활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학교가 아니면 방과 후에 갈 데가 없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전용 돌봄교실부터 늘려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8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역 초등학교 돌봄교실 중 겸용교실은 388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돌봄 전용교실은 온돌바닥에 장판을 깔고, 침대도 마련해 아이들이 쉴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라며 “학습공간인 일반 교실을 돌봄용으로 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시작된 빈 교실 활용 논란은 저출산 대책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 전 장관은 지난달 “출생아 수 감소 현상에 따라 초등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 것이므로 여유 공간 일부를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하자”는 청원을 올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사 단체는 일제히 “저출산 대책으로 학령인구를 오히려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유 전 장관의 빈 교실 활용 방안을 비판했다.

전교조 측은 “현 정부와 노무현 정부 인사가 짜고서 벌인 여론몰이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낸 논평에선 “설령 학령인구가 줄어든다 해도 학급 규모 축소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 등 보육은 복지부, 초등교육은 교육부가 맡고 있는 등 부처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보육·교육시설로 나누고 소관 부처도 나눠놓은 건 발달단계를 고려한 결정”이라며 “이 같은 체계에서 교육시설 내에 보육시설을 무리하게 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