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대형 화재가 발생해 18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요양병원에서 소방대원과 경찰관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제공
26일 오전 대형 화재가 발생해 18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요양병원에서 소방대원과 경찰관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제공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화염보다는 연기와 유독가스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순식간에 덮치는 바람에 인명 피해가 컸다. 최초 화재 신고(오전 7시32분) 후 3분 만에 소방인력이 현장에 도착해 진화와 구조 작업에 나섰지만 고령에 혼자 몸을 움직이기 힘든 환자 34명과 이들을 돌보던 의료진 3명은 끝내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1층 응급실에서 발화한 듯

소방당국은 최초 발화 지점을 병원 1층 응급실로 추정하고 있다. 최만우 경남 밀양소방서장은 “응급실 뒤쪽에서 갑자기 불이 시작됐다는 간호사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은 정밀 감식 등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1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불은 2층 위로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병원 중앙계단을 따라 유독가스가 5층 건물 전 층으로 급속히 퍼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3분만에 소방차 도착했지만… 유독가스 퍼져 질식사 속출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도 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화재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간호사 탈의실에서 연기가 났다”거나 “냉난방기 및 천장 쪽에서 불꽃이 일었다”는 등 진술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인명 피해 왜 이렇게 컸나

소방당국의 빠른 대응에도 인명 피해가 큰 것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다수 입원한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오전 9시20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26분 화재를 진압했다. 하지만 치료 중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중증 환자는 병원 안으로 급격하게 퍼진 연기와 유독가스에 속수무책이었다. 화재 초기 대응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망자는 주로 병원 1층과 2층에서 나왔다. 병원 1층엔 응급실과 원무실이 있고, 2~3층은 독감 환자나 골절 등으로 정형외과 치료를 요하는 중환자실로 운영됐다. 사망자 37명 가운데 34명이 이 병원 입원 환자였으며 이들을 돌보던 의료진 3명도 목숨을 잃었다. 숨진 37명 중 80세 이상 고령층이 절반을 넘었으며 여성이 3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반 환자를 진료하는 본관과 장기요양이 필요한 요양병동 등 건물 두 동으로 이뤄진 세종병원은 일반 병상 95개, 요양 병상 98개 등 193개 병상을 갖췄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에 83명, 요양병원에 94명이 입원해 있었다. 다행히 요양병원으로는 화재가 번지지 않았고 입원 중이던 환자도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모두 대피해 화를 피했다.

◆사고 수습 나선 정부

화재 발생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위기관리센터를 가동한 정부는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사고 직후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화재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복합 건물에 대한 화재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며 “인명 및 재산 피해에 대한 조기 수습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 여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낙연 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 소방청장, 범정부 지원단이 현지에 급파됐다”며 “대통령은 행안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한 뒤 현장 상황 판단에 따라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소방청에서 운영하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합동분향소는 27일 밀양시내 문화체육회관에 설치된다.

밀양=김해연/조미현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