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재판 시작…"국정원 압수수색, 검찰 수사팀과 협의해 이뤄진 일"
이제영 검사 "정치호·변창훈 스스로 목숨 끊어…억울함 해결해달라"
'국정원 수사방해' 장호중·이제영 "파견 직원 불과…억울"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검찰 출신 인사들이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의 변호인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장호중은 당시 국정원에 파견된 외부인에 불과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장 전 지검장 등은 국정원이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응해 꾸린 '현안 TF'에 참여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2013년 압수수색에 대비해 허위 서류 등을 비치한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들고, 심리전단 요원들이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나가 실체와 다른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제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검찰에서 국정원으로 파견 가 감찰실장을 맡았던 장 전 지검장 측은 "어떻게 보면 손님으로 와 있는 사람이 TF를 주도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지하지 못한 건 잘못이지만, 본인 의사를 관철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압수수색을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말이 압수수색이지 사실은 국정원이 제출하는 자료만 검찰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이미 다 협의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물론 사무실에 문제 되지 않는 자료만 가져다 놓은 건 사실이었던 것 같지만, 죄가 되려면 아예 허위 문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는 직원에게 허위 증언을 시킨 혐의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게 죄"라며 단순 방조범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수사방해' 장호중·이제영 "파견 직원 불과…억울"
이제영 부장검사는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한다"며 "아무리 4년 전 기억을 더듬어도 공소사실 범행 중 제가 인정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압수수색은 제가 파견돼서 부임한 지 일주일 남짓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며 "심리전단 압수수색 때 검찰을 안내한 적은 있지만, 갑자기 만들어진 사무실인지 서류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압수수색과 서류 제출은 검찰 수사팀과 긴밀한 협의로 진행된 것"이라며 "자로서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할 의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댓글 수사팀'을 이끌던 윤석열(현 중앙지검장) 팀장과 국정원에 파견 가 있던 검사들이 모여 압수수색 방식을 협의했다는 게 이 검사 측 주장이다.

이 검사는 국정원 직원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 등에도 "법률적 조언을 하거나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지 그 뒤에 숨겨진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 검사는 발언 도중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치호 변호사와 변창훈 검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부하였던 정 변호사와 상사였던 변 검사가 목숨을 끊었다.

중간의 저만 살아 남아있는데 믿기지 않는다"면서 "두 분 다 돌아가시기 전에 억울함을 호소했다는데, 부디 돌아가신 분들의 억울함을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도 검찰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을 대체로 부인했다.

재판부는 31일 다음 재판을 열어 검찰 측 증거에 대한 변호인들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