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연구 성과를 논문 게재나 특허 출원 횟수 등 계량 지표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고려대 산학협력단과 이 대학 양모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연구비 환수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인 한국연구재단과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2011년 5월부터 3년간 ‘내방사선 반도체 소자 개발’을 주제로 하는 연구협약을 맺었다. 협력단은 재단에 국내외 논문 각 3건 게재, 국외 특허 2건 출원 등을 목표로 하는 연구계획을 제출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재단은 2015년 연구비 6000여만원을 환수하고 3년간 연구책임자인 양 교수의 국가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협력단은 “정량적 기준만을 근거로 과제 결과를 실패로 판단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과학·기술 연구에 있어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성적 평가는 도외시한 채 논문 게재·특허 출원 횟수에만 근거한 평가는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과학지식과 기술을 연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검증이 쉽지 않으므로 정량·정성적 요소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의 한 이공계 대학교수는 “현재 우리 연구 평가는 ‘논문 몇 개를 써라, 어떤 상을 받아라’ 등 지나치게 계량화된 정량평가 위주로 이뤄진다”며 “장기적으로 큰 연구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