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상대 소송 '봇물'
가상화폐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거래소 전산장애로 거래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2단독부는 권모씨 등이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권씨는 작년 5월 가상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 클래식 100여 개를 샀다. 구매 당일 상한가인 개당 4만9900원에 팔아 이익을 얻고자 했지만 코빗 접속상태가 원활하지 않아 매매 타이밍을 놓쳤고 개당 2만420원에 팔게 됐다. 또 다른 코빗 이용자 이모씨도 비슷한 시기 코빗 서버 문제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더리움 클래식이 매입돼 13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코빗 측은 권씨가 매도 가격을 잘못 설정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에 대해서도 이씨가 매도·매수 시점과 가격 분석을 잘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손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투자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에는 주요 가상화폐거래소를 상대로 한 유사 소송이 여럿 제기돼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 반환 소송만도 20여 건에 달한다.

한 금융전문 변호사는 “가상화폐거래소 약관은 대부분 전산장애를 불가항력적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어 손해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며 “전산장애가 발생한 시점에 이용자가 주문하려 했음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신판매업으로 등록해 영업 중인 가상화폐거래소에는 일반적인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를 통해서 재화와 용역을 판매하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정도의 주의 의무와 책임만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