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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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열풍에 편승해 ‘한탕’을 노린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전문가조차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비트코인과 비슷한 각종 ‘알트코인(대체 코인)’이 쏟아지고 있다 보니 일확천금을 꿈꾸다 낭패를 보는 투자자도 크게 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 명목 수백~수천억 챙겨

기상천외 '가상화폐 사기'… 3만5000명 당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12일부터 12월31일까지 6개월 동안 검거한 가상화폐 관련 사기범이 126명(구속 16명)에 달했다고 16일 밝혔다. 적발 건수 기준으로는 41건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상화폐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신규 투자자에게서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을 썼다. 불법 다단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폰지 사기’다.

가장 단순한 유형은 비트코인에 투자해주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전북경찰청은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에 돈을 넣으라고 꼬드겨 투자금 380억원을 가로챈 일당을 붙잡았다. 이들은 전국에서 가상화폐 설명회까지 열고 “이제 기존 화폐의 시대는 끝났다. 초기 투자자는 17만원으로 1억원을 벌었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비트코인에 비해 덜 알려진 알트코인도 사기에 악용된다. 인천경찰청은 지난달 20일 이더리움 채굴기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금을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해 2700억원을 가로챈 대행업체 직원 18명을 구속 기소했다. 결혼 자금 2500만원을 넣었다가 모두 날린 20대 남성과 퇴직금 5000만원을 사기당한 50대 피해자도 있었다.

가짜 코인에다 온라인 거래소까지

가짜 가상화폐를 미끼로 사기를 치기도 한다. 자신들이 개발한 가상화폐 ‘헷지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15~35%에 달하는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던 사기단이 지난달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서울 강남 등에 투자센터를 설립하고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거래소까지 운영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피해자는 3만5000명, 피해액은 155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8월에도 가짜 가상화폐 ‘코알코인’을 개발했다며 투자자들을 속인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시중은행과 연계돼 현금처럼 쓸 수 있고, 한국은행·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증받은 전자화폐”라는 거짓말로 5000명으로부터 7515회에 걸쳐 212억원을 챙겼다. 부산에서도 중국 국영은행이 발행했다는 가상화폐 ‘힉스코인’에 투자하면 1만 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5100여 명을 끌어들인 사기범이 검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는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신기술 영역이어서 사기범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이라며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가상화폐를 규제할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