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논란을 부른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여부를 내년 초에 결정하겠다며 물러섰다.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금지를 추진했다가 역풍이 거세자 미봉책을 내놓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유치원 영어금지' 1년 유예
교육부는 16일 “유치원 방과후 과정 영어교육 개선 방안을 2018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오는 3월부터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의 유예기간이 3월 종료됨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는 걸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초등학교에 이어 영유아 방과후 수업에서도 영어수업을 못 하도록 막을 경우 사실상 고액 사교육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한다고 해도 사설 영어학원에서 영어 선행학습을 하는 걸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민의 우려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종합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논란 끝에 교육부가 결정을 1년 뒤로 유예하자 학부모들은 ‘혼란도 1년 유예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6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이모씨(42)는 “그동안 비교적 저렴한 어린이집·유치원 방과후 수업을 통해 영어교육을 시키던 학부모들이 벌써 ‘어느 영어학원을 보내야 하느냐’고 알아보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여부는 확정하지 않지만 고액 수업 등 과도한 유아 대상 조기 영어교육 금지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도교육청과 함께 ‘상시점검단’을 설치·운영해 지나치게 비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이나 영어학원과 연계한 편법 운영 등을 지도·감독하겠다는 설명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현재 유치원 방과후 과정의 수업단가 등에 대한 운영 지침을 마련해 두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