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회계감사 때도 '20억 구멍' 적발…여직원 1년치 횡령액과 유사
경영진, 숫자 맞추고 무마…특검 "회계사 조사했지만 공범 발견 못 해"
BBK특검, 다스 분식회계 의혹 감지하고도 '직원 횡령' 결론
2008년 'BBK 의혹' 등을 수사한 정호영 전 특별검사팀이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을 감추기 위한 분식회계 가능성을 감지했지만 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넘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장부 조작을 밝히는 데 필요한 수사의 기본인 압수수색조차 없이 성급하게 의심자금 120억원을 '직원 개인 횡령액'이라고 결론지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6일 특검 관계자 등에 따르면 BBK 특검팀은 2008년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수사 당시 다스가 2006년도 결산 때 회계법인으로부터 "장부에 20억원이 안 맞는다"라는 감사 지적을 받았던 사실을 파악했다.

회계감사인이 납품대금 관련 회계계정에 '구멍'이 있는 것을 적발하고 이를 책임자인 권모 전무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당시 특검은 경리 여직원 조모씨가 2002년께부터 2007년 10월까지 5년여간 법인 계좌에서 매달 조금씩 돈을 챙겨 총 110억원(반환 당시 이자 10억원 포함한 120억원)을 사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매해 평균 20억원을 빼돌린 셈이다.

당시 회계감사인은 다스 권모 전무에게 재무제표 재검증을 요구했고, 다스는 이에 따라 숫자를 맞춘 수정된 재무제표를 회계법인에 다시 제출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특검의 결론대로 조씨가 개인적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게 사실이라면 당시 매출채권 장부를 재검증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납의 불일치가 드러났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만약 문제 사실을 알고도 경영진이 이를 무마했다면 횡령에 경영진의 공모가 있었다는 의심이 드는 정황이다.

특검은 회사 회계결재 시스템상 자금 출납을 담당하는 경리 여직원 혼자서 100억여원을 횡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김성우 전 대표나 권 전무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회사 내부관계자의 진술까지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추가로 진척되지 않았다.

분식회계나 횡령 의혹 수사는 기본적으로 회사 내부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이 진행돼야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내주지 않으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서 특검은 120억원 횡령에 경영진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 대해 입장을 내고 "횡령 가담자를 추가 확인하기 위해 120억원을 보관하는 과정에 개입한 금융기관 직원들과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삼일회계법인의 회계사를 전부 소환하여 조사했지만, 조씨 횡령의 공범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