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주가조작·시세차익 '닮은꼴'…법원 "배후서 각종 불법"
주가조작 '이용호 게이트' 연루 김영준씨, 유사범죄 또 실형
대규모 주가조작과 시세차익 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배후이자 연루자로 복역했던 김영준 전 이화전기공업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해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 등으로 또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0억 원, 추징금 3억1천여만 원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법원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4년 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화전기공업과 계열사 자금 775만 달러(한화 약 87억 원)를 홍콩의 개인 회사로 보내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1년 이화전기공업을 인수한 김 전 회장은 부실 경영으로 해외에 있는 자회사가 파산 신청을 했지만, 이를 공시하지 않은 채 105억원 규모의 모기업 유상증자를 한 혐의도 받았다.

또 횡령한 회삿돈 18억 원으로 자회사 주식을 차명으로 사들인 뒤 외부 자금이 들어온 것처럼 허위로 공시해 주가를 끌어올려 약 7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고, 주식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시세조종 세력을 끌어들인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 측은 2년간 이어진 재판에서 유상증자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파산 신청 역시 고의로 누락한 게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친족이나 지인 등을 회사의 형식상 대표이사로 내세우는 등 자신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채 각종 불법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종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도 여러 차례"라면서 "올바른 기업가 정신이 아니라 개인의 영리를 취득하기 위해 불법적 방법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로 알려졌던 김씨는 2000년대 초반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이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 대 시세차익을 챙긴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의 수사 과정에서 이씨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핵심 연루자로 지목돼 여러 차례 기소됐으며 총 5년 6개월간 복역했다.
주가조작 '이용호 게이트' 연루 김영준씨, 유사범죄 또 실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