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두14091 판결 : 유족연금승계불승인결정취소

Ⅰ. 사실관계

1965년 혼인신고를 한 A와 B는 2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나 1982년 A가 군산에 있는 국립 K대학교 교수로 임용되면서 주말부부로 살게 되었고 그러던 중 B가 1992년 병으로 사망하였다. 그러자 B의 동생으로 당시 42세의 미혼이던 원고는 서울 집에 남아 있는 A의 미혼인 두 아들(원고의 조카들. 딸은 이미 출가하였다)을 돌보게 되었고 1993년 4월경부터는 위 집에 들어와 조카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였다. 이후 1995년 A의 장남이 결혼하면서 위 집에서 살림을 차리게 되자 원고는 A가 살고 있던 군산 주소지로 이사를 하여 그때부터 A와 원고는 동거를 시작하였다. A와 원고는 부부동반 모임이나 여행 등에 참가하는 등 부부로서 생활하였고, A는 원고에게 배우자용 가족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한편 원고의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등 부부로서 생활하였다. 이러한 A와 원고의 생활관계는 A의 자녀들을 포함한 친인척과 주변 지인들로부터 부부로서 인정되었다. A는 2003. 8. 31. K대학교에서 퇴직하였고, 그에 따라 퇴직연금을 받아오던 중 2009. 1. 6. 사망하였다. A의 사망 당시까지 A와 원고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A가 사망하자 원고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연금을 신청하였다.

Ⅱ. 소송경과

원고의 유족연금신청에 대하여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이하 ‘피고’라 한다)은, 구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 (가)목에 의하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는 공무원 재직 당시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의 배우자이거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이어야 하는데, A가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시행되던 1990년 민법의 규정상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은 무효이었고 혼인무효에 해당하는 사실혼관계는 구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 (가)목의 사실상 혼인관계로 인정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그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유족연금승계불승인결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이 사건 유족연금승계불승인결정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1] 민법이 정하는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은 유족연금 수급권자인 배우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혼인할 경우 그 혼인이 무효로 되는 근친자 사이의 사실혼관계라면 원칙적으로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사실혼관계라고 추단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민법에 의하여 혼인이 무효로 되는 근친자 사이의 사실혼관계라고 하더라도, 그 근친자 사이의 혼인이 금지된 역사적·사회적 배경, 그 사실혼관계가 형성된 경위, 당사자의 가족과 친인척을 포함한 주변 사회의 수용 여부, 공동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부부생활의 안정성과 신뢰성 등을 종합하여 그 반윤리성·반공익성이 혼인법질서 유지 등의 관점에서 현저하게 낮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친자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공익적 요청보다는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이라는 유족연금제도의 목적을 우선할 특별한 사정이 있고,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사실혼관계가 혼인무효인 근친자 사이의 관계라는 사정만으로 유족연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

[2]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은 부칙 제4조에서 혼인의 무효·취소에 관한 경과조치로 “이 법 시행 전의 혼인에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이 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법 시행 후에는 혼인의 무효를 주장하거나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경과규정의 취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혼관계에 대하여도 미친다. 따라서 2005년 개정된 민법 시행 이후에는 1990년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이 시행되던 당시의 형부와 처제 사이의 사실혼관계에 대하여 이를 무효사유 있는 사실혼관계라고 주장할 수 없다.

[3]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에 관한 구관습법의 태도, 민법의 개정 경과 및 그 내용, 위 형부와 처제 사이의 사실혼관계의 형성경위, 그 사실혼관계가 가족과 친인척을 포함한 주변 사회에서 받아들여진 점, 약 15년간의 공동생활로 부부생활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형성되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형부가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시행되던 1990년 개정된 민법상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이 무효이었다고 하더라도 위 사실혼관계는 그 반윤리성·반공익성이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할 정도라고 할 수 없고, 2005년 개정된 민법 부칙 제4조에 비추어 공무원연금공단은 2005년 개정된 민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위 사실혼관계가 무효사유 있는 사실혼관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없으므로, 위 사실혼관계는 구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 (가)목의 ‘사실혼관계’에 해당하고 위 신청인은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유족연금의 수급권자인 배우자라고 할 것이다.


Ⅳ. 해설

1. 유족연금제도의 목적

공무원연금법(이하 ‘법’이라고 한다)은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유족인 배우자에 관하여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이하 ‘공무원’이라고만 한다)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하여 부양되고 있던 사람으로서 “재직 당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가 이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이 이와 같이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에게도 인정하는 이유는,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유족연금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유족연금의 수급권자인 배우자는 반드시 민법상의 배우자 개념과 동일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공무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회통념상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현실적으로 영위한 사람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유족연금의 사회보장적 성격이나 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이 허용하지 않는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도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의 필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연금의 수급권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을까? 민법이 정하는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유족연금 수급권자인 배우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실혼관계가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것일까?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혼인할 경우 그 혼인이 무효로 되는 근친자 사이의 사실혼관계라면 원칙적으로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사실혼관계라고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무효인 사실혼이라고 하여 언제나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효인 사실혼이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반윤리성이나 반공익성이 크지 않을 수 있고(바로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그렇다), 그러한 경우에는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의 필요성이 더 높기 때문에 유족연금 수급권자인 배우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처럼 무효인 사실혼이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하는지 반하지 않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판례가 들고 있는 것이, ① 그 근친자 사이의 혼인이 금지된 역사적·사회적 배경, ② 그 사실혼관계가 형성된 경위, ③ 당사자의 가족과 친인척을 포함한 주변 사회의 수용 여부, ④ 공동생활의 기간, ⑤ 자녀의 유무, ⑥ 부부생활의 안정성과 신뢰성 등이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사실혼관계가 비록 무효라 하더라도 반윤리성과 반공익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원고에게 유족연금 수급권자인 배우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형부와 처제 간 혼인의 효력에 관한 변천

이 사건에서 문제된 형부와 처제의 혼인은 구관습법상으로 금지되는 것이 아니었다. 1960년 제정 민법 아래에서는 관련 규정상 그 혼인이 금지되는지 여부 및 금지되는 경우 그 혼인이 무효인지 취소사유인지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었다. 제정 민법상으로는 처족인척이 처의 부모만을 의미하였기 때문에 형부 입장에서 처제는 친족이 아니어서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이 유효하다는 것이 다수설이었다. 그리고 처제의 입장에서 형부는 남계혈족(동성동본인 혈족)의 배우자이므로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은 무효라는 견해가 소수설이었다.

그런데 1990년 개정 민법은, 친족의 범위에 관한 제777조를 개정하여 처족 인척의 범위를 ‘처의 부모’에서 ‘4촌 이내’로 확대하면서도 근친혼의 제한 및 혼인무효에 관한 제809조 및 제815조의 규정을 그대로 둔 결과,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이 금지되고 또한 그것은 무효인 혼인에 해당하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처제 입장에서 볼 때 형부는 2촌 방계혈족의 배우자로서 제815조 제2호에서 말하는 ‘8촌 이내의 방계혈족 및 그 배우자인 친족관계가 있거나 또는 있었던 때’에 해당하게 된다. 개정 전에는 형부와 처제가 친족관계가 아니었는데 1990년 개정 민법에 의해 친족관계가 된 것이다. 따라서 형부와 처제간의 혼인은 무효가 되게 되었다.

이러한 개정 결과에 대하여는 입법론적으로 부당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결국 2005년 개정 민법이 근친혼의 제한, 혼인무효 및 혼인취소의 사유에 관한 제809조, 제815조, 제816조를 개정한 결과 형부와 처제 사이의 혼인은 금지되지만 그 위반의 효과는 그 혼인을 취소할 수 있는 데에 그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한편 2005년 개정 민법은 부칙 제4조에서 혼인의 무효·취소에 관한 경과조치로 “이 법 시행 전의 혼인에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 무효의 원인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법 시행 후에는 혼인의 무효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과규정은 사실혼관계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1990년 개정 민법이 시행되던 당시의 형부와 처제 사이의 사실혼관계라 하더라도 2005년 개정 민법 시행 이후에는 이를 무효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2005년 개정된 민법 부칙 제4조에 비추어 공무원연금공단은 2005년 개정된 민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위 사실혼관계가 무효사유 있는 사실혼관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없으므로, 위 사실혼관계는 구 공무원연금법상의 ‘사실혼관계’에 해당하고 원고는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3. 결론

유족연금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형부와 처제라도 사실혼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면 사실혼 배우자로 인정하여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2005년 개정 민법 이후부터는 형부와 처제의 혼인은 무효가 아닌 취소사유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히 형부와 처제 사이였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연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혼인은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혼인에 해당하고, 설사 취소가 되더라도 취소되기 이전의 법률관계에 있어서는 유효한 혼인이었던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