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편수지침에 중·고교용 한자 1천800자만 수록…초등용은 빠져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확대 사실상 백지화… "집필자가 판단"
교육부가 한자 병기 확대 논란을 불러왔던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 기준'을 사실상 폐기하기로 했다.

교과서 편집 지침인 '편수자료'에 초등학생용 한자를 포함해 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지금처럼 집필자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10일 교육부 누리집을 보면 지난해 12월 27일 교육부가 게시한 '교과용 도서 개발을 위한 편수자료' 수정판에는 한문 수업에 적합한 교육용 기초한자로 중·고교용 1천800자를 소개했다.

기존에 선정했던 초등학생용 한자 300자는 넣지 않았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집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현행 교과서에도 한자를 병기할 수 있고 새 교과서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전 정부에서 선정한 300자를 교과서에 활용하도록 하는 부분은 논란이 커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교과서 활용 기준으로 제시하기 위해 골라놓은 이 300자는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창의적 체험활동 한자 교육의 기준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앞서 교육부는 2014년 교과서와 수업·평가방식, 수업내용 등의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을 개정(2015 개정 교육과정)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2016년 말 주요 한자 300자를 선정했다.

현재 초등학교 5∼6학년이 쓰는 교과서에도 한자 48자가 들어가 있지만 정부가 300자를 선정하면서 사실상의 한자 병기 확대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교육분야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해 교육계 관계자들은 초등교육 수준에 적합하지 않은 한자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늘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맞서 다른 쪽에서는 우리 말에 한자가 많이 쓰이는 만큼 한자 병기로 아이들의 사고력·언어능력을 키울 수 있고, 시험에 포함되지 않아 학습 부담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책의 방향성을 떠나 이처럼 찬반 양론이 팽팽하고 학부모 관심이 큰 정책을 폐기하면서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남부호 정책관은 "편수지침을 그대로 둔 것이므로 변한 것이 없다"며 "바뀐 것이 없어 특별히 발표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