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1일자로 서울시청 여자탁구 실업팀이 해체됐다. 창단(2007년) 11년 만이다. 선수 6명 중 2명은 금천구청 탁구팀으로 이적을 추진 중이다. 나머지 4명은 선수 생활을 접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중후반으로 몇 년은 더 뛸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서울에 탁구팀이 두 개나 운영되는 건 다른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운영비 늘고 명분은 줄고 서울시의 스포츠 실업팀 '고민'
스포츠 실업팀 운영을 두고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한정된 예산으로 ‘비인기 종목 선수 양성’과 올림픽 같은 ‘국제 스포츠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업팀 운영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생활체육 시대를 맞아 지방자치단체의 스포츠단 운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점점 늘어나는 실업팀 운영비

서울시청 실업팀은 88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차원에서 기업과 지자체, 학교 등에 스포츠 팀을 만들도록 하면서 본격 운영됐다. 여자 탁구팀 해체 후 서울시청 스포츠 실업팀(직장운동경기부)은 21개다. 양궁, 육상, 복싱, 자전거, 체조,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축구, 펜싱, 쇼트트랙, 여자 핸드볼, 정구, 철인3종, 핀수영, 사격, 조정, 남자탁구, 태권도, 당구, 컬링, 테니스 등의 종목이다. 선수 139명, 감독·코치 24명 등 총 163명으로 지난해보다 규모가 소폭 줄었다.

인력은 줄었지만 운영 예산은 늘고 있다. 지난해 실업팀 운영 예산은 139억8000만원으로 전년(135억8000만원)보다 4억원 늘었다. 2013년(116억원) 이후로는 4년 새 23억8000만원이나 급증했다. 운영비의 60% 이상은 인건비인데 물가 상승분과 제각기 다른 선수 연봉 등으로 인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체육회는 서울시로부터 실업팀 운영을 위탁받고 비용은 서울시에서 지원받는다. 직원 10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은 운동경기부를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다른 지자체들도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 실업팀 소속 선수는 보통 1년 단위로 실업팀과 근로 계약을 맺는다.

◆생활체육 시대에 정체성 고민도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스포츠단 유지의 명분이 약해지고 있는 점이 서울시 고민이다. 서울시청 실업팀은 한때 유명한 선수나 감독들이 소속돼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했다.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챔피언 이봉주 씨, ‘공격 축구의 대명사’ 박종환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서울시청 소속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은 엘리트 체육보다 생활 체육 중심으로 정책 기조가 바뀐 데다 기업 위주로 팀이 운영되고 있어 지자체 실업팀의 존재감이 많이 희미해졌다”고 말했다.

차제에 장기적으로는 엘리트 체육보다 생활체육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자체나 기업이 도맡아 비인기 종목 선수를 육성하는 것보다 해당 종목의 생활 체육을 활성화해 자연스럽게 선수층을 두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체육회는 일부 종목에 팀을 추가로 운영할 방침도 세우고 있다.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전국체전 종목은 46개인데 서울시는 자치구를 포함해 30여 개 종목을 운영 중”이라며 “2019년 서울에서 100회 전국체전이 열리는데 이를 위해 종목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