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세무사법부터 시작된 ‘변호사 직역 침해’ 문제가 다른 분야에서도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어서다. ‘지금이 기회’라는 다른 직군의 공세 속에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변협의 반발이 국회를 중심으로 한 ‘입법 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Law & Biz] "노동·특허업무 뺏길 수 없어"… 비상체제 돌입한 변호사협회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입법지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별도 사무실을 마련했다. 서울 논현동 ‘노벨빌딩’ 9층에 변협 ‘별관’을 만들고 국회 입법을 위한 연구 및 지원에 전격 나섰다. TF는 박종언 변호사(변협 입법지원실장)가 팀장을 맡았다. 변호사는 총 3명이다. 변협은 향후 입법지원팀을 확대할 예정이다.

TF는 우선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한 후속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지 못하게 막았다. 변협은 세무사법 폐기를 주장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변협이 TF까지 만든 것은 유사 직역과 관련한 논란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사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사들은 노무사가 노동 관련 고소·고발 사건에서 피해자를 대리해 수사기관에 출석, 진술하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노무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 사건에 있어서는 변호사 못지않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노무사들 주장이다.

변리사들은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대리를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변리사회와 변협은 변리사의 변리사회 의무가입 조항을 놓고도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결국 국회에서 승부가 날 수밖에 없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세무사법 폐기는 사실상 어렵고 다른 개정안이라도 막아야 하지 않겠냐”며 “결국 국회에서의 파워게임으로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역 수호’를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김 회장이 변협 사무실보다 여의도 국회를 더 자주 찾는 이유다. 김 회장은 지난해에만 160여 명의 국회의원을 직접 만났다. 법제사법위원회뿐 아니라 다른 위원회 위원들도 일일이 찾아 변협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고 있다.

걱정 어린 시선도 있다. 한 변호사는 “결국 국민들에겐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변호사의 직역 수호가 법률 서비스의 질 차원에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설득하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