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냐 투기냐.’ 비트코인이 헌법재판소로 가게 됐다. 가상화폐 거래에 상당한 투기성이 있다고 본 정부가 속속 내놓은 가상화폐 관련 대책들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정부가 특별대책을 발표해 가상화폐 거래에서 손해를 보고 추가 가상계좌 개설을 못 하게 돼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정부가 가상화폐 관련 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의 강력한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반발이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 시 가상계좌 활용을 금지하고, 본인임이 확인된 거래자의 은행 계좌와 가상화폐거래소의 동일 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를 20일 전후로 시행할 방침이다.

가상계좌 신규 발급도 1일자로 전면 중단했다. 가상화폐 거래를 사실상 ‘투기’로 보고 ‘정상 거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청구인으로 나선 현직 변호사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손해를 봤다. 불합리한 규제로 가상화폐 교환이 어려워졌고, 교환가치가 떨어져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는 게 청구인의 주장이다. 정부가 법률에 정해져 있지 않은, 초법적 규제를 가한 것이라는 취지다.

헌법소원은 현재성과 직접성이라는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침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려’ 만으로는 현재성을 충족할 수 없다. 직접성은 기본권을 침해받은 당사자가 청구인 자격을 가져야 한다는 요건이다. 비트코인에 투자(현재성)했다가 손해를 봤다(직접성)는 변호사가 청구인으로 나선 이유다.

사건을 접수한 헌재는 적법요건을 살펴볼 예정이다. 본격 심리에 들어가면 지난해 하반기 경제사회 전반을 달구며 논란의 중심에 놓인 가상화폐의 성질에 대한 헌재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가상화폐가 통상적인 상품이나 자산에 불과하다는 거래 당사자들과 투기라고 보는 정부 판단의 괴리에서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