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뒤 줄곧 묵비권 행사…시간 벌기 의도인 듯
경찰 "다른 증거 추가 확보해 화재 원인 규명할 것"
"죽고 싶은 심정" 제천 참사 건물주 불리한 진술은 회피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관련, 건물주 이모(53)씨가 체포된 이후 묵비권을 행사해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해야 하는 경찰 수사가 더뎌지고 있다.

발화 지점에서 작업해 화재 원인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물 관리인 김모(51)씨까지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갈 길 먼 경찰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건물주 이씨는 지난 21일 화재 당시 스포츠센터 건물 7층 발코니에서 민간 사다리차에 구조된 뒤 부상자들이 입원한 제천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40㎞ 떨어진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씨는 불이 났을 때 건물을 돌며 적극적인 구조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여성 사우나인 2층을 제외한 건물 내부를 돌며 '대피하라'고 소리친 뒤 7층에 고립됐다는 것이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 시설과 관련,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강변했다.

이씨는 지난 24일 2차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갈 당시에도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언론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던 그는 경찰이 체포 영장을 집행하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다.

변호사를 선임한 뒤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다.

어차피 체포된 만큼 더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지난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나가면서도 이런 태도는 그대로 유지다.

이씨는 "유족에게 죄송하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불법 증축은) 애초에 그렇게 돼 있었다"며 "불법인 줄 몰랐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 위반, 건축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 구속된 이후에도 이씨는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9명이 숨지는 참사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 상황에서 섣불리 진술하는 것이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이씨가 관심이 수그러들 때까지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이후 이씨가 입을 열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며 "추가로 다른 증거들을 확보해 화재 원인을 규명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