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모두 뚱뚱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비만 위험이 4.6배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빠보다 엄마의 비만에 더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영유아 11만2879명과 부모의 비만 여부를 분석했더니 부모가 모두 비만인 자녀의 비만율은 14.44%로 조사됐다고 28일 발표했다. 부모가 모두 비만이 아닌 아이의 비만율 3.16%보다 4.6배 높았다.

공단은 질병관리본부의 영유아 성장곡선을 기준으로 연령별 체질량지수(BMI)가 상위 95% 이상이거나 25㎏/㎡ 이상인 아이를 비만으로 분류했다. 부모는 BMI 18.5㎏/㎡ 이하를 저체중, 25~29.9㎏/㎡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나눴다.

아이 엄마만 비만이면 자녀 비만율은 8.32%로, 아빠만 비만일 때의 비만율 6.63%보다 1.3배 높았다. 김연용 공단 빅데이터운영 건강서비스지원센터장은 "엄마가 자녀의 식사를 챙기기 때문에 엄마의 비만이 자녀의 비만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부모가 고도비만일 때에도 비슷했다. 부모 모두 고도비만이면 자녀 비만율은 26.33%였다. 부모 모두 고도 비만이 아닐 때 자녀의 비만율은 5.26%다. 부모 모두 저체중이면 자녀 비만율이 0%였다. 뚱뚱한 아이가 없었다는 의미다. 부모 모두 저체중이 아닐 때 자녀 비만율은 6.5%다.

부모가 모두 뚱뚱한 아이는 좋지 않은 식사습관을 갖고 있었다. 자녀의 식사속도가 빠르다고 응답한 비율은 부모 모두 비만일 때 5.96%로, 부모 모두 비만이 아닌 때 3.42%보다 높았다.

자녀가 하루에 2시간 이상 TV를 시청한다는 응답은 엄마만 뚱뚱할 때가 35.19%로 가장 많았다. 부모 모두 비만이 아닐 때(26.38%)보다 1.3배 높았다. 부모 모두 뚱뚱하고 밥을 빨리 먹는 아이의 비만율은 43.56%였다. 그렇지 않은 아이의 비만율 2.7%보다 16배 높다.

공단은 이번 분석 결과가 부모 비만과 자녀 비만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생물학적 요인뿐 아니라 식습관이나 TV 시청시간이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문창진 공단 비만대책위원회 위원장(차의과학대학교 교수)은 "부모와 자녀 비만의 상관관계는 생물학적 요인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겠으나 식습관이나 TV 시청시간 등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부모의 생활습관과 보육방식이 영유아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된 만큼 각별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