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노노 갈등 '종합백화점' 된 인천공항공사
문재인 대통령의 ‘1호 방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이 확정됐다. 7개월의 진통 끝에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협력사 소속 노동자 대표들은 26일 정규직 전환방안 합의문에 서명했다. 외형상 99%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노조와 사측 간 갈등은 물론이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노노갈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주도권 다툼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잔뜩 쌓여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무리한 정책 추진이 인천공항을 ‘갈등의 백화점’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노조 “졸속 합의 인정 못해”

공사 정규직 직원들은 비정규직 3000명의 직고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규직 조합원 A씨는 “비정규직 3000명의 직고용 합의도 언론을 통해 알 정도로 회사 임원과의 토론 등 사전 설명이 한 번도 없었다”며 “정부와 사측 입장에 동조하던 현 노조집행부 불신임 결정까지 났는데 ‘3000명 정규직 채용 합의’라고 발표하는 것은 날치기”라고 분개했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 21일 노조원 1058명 중 79.68%인 843명이 참석해 54.33% 반대로 현 노조지도부에 불신임을 표명했다.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화에 지도부가 유화적으로 대응한 데 대해 조합원들이 반발한 것이다. 또 노조원 대부분이 이날 함께 안건으로 올라온 3000명 직고용 문제도 부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사갈등은 물론 노조 내부의 갈등도 시작되는 분위기다. 한 정규직 조합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채용 분야나 인원 규모는 노사 소통이 필요하다”며 “사측의 일방적인 합의 발표는 졸속처리에 불과해 사내 갈등을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노노 갈등 '종합백화점' 된 인천공항공사
한국노총-민주노총 간 주도권 싸움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다. 이번 합의로 민주노총의 약진이 예상된다. 협력업체 직원 다수가 민주노총 소속이어서다. 정규직 노조원은 1058명에 그친다. 비정규직 1만여 명 중 민주노총 소속이 3400여 명이고, 한국노총 소속은 12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대로 직고용이 확정되고 채용이 이뤄지면 사내 두 개 노조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갈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이 조합원 수로 밀어붙인다면 ‘제1노조’로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한국노총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 소속인 비정규직 인천공항운영관리 노조 관계자는 “보안·소방 분야 등을 제외한 7000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6개월간 들러리만 섰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노총 중심의 비정규직 노조는 벌써부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성명서에서 “올해 정규직 전환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2018년 임단협을 통해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공사와 협력업체 간 갈등 여전

인천공항공사와 협력업체 간 갈등도 불씨다. 정규직화와 함께 그간 경비, 청소 등의 용역을 수행하던 협력업체들의 영업권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재산상 손실 등을 둘러싼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협력업체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비정규직을 공사나 자회사에서 채용하려면 협력업체와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선결조건이 있지만 60개 협력업체 중 15곳을 제외한 대부분은 협의에 진전이 없다.

일부 협력업체에서 공사 채용을 빌미로 친인척과 지인을 직원으로 대거 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문제는 더 복잡하게 꼬이는 모습이다. 공사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부정한 방법으로 취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44건을 제보받고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공사는 지난 9월부터 이사회에서 협력사 계약해지 방안으로 계약 잔여기간 이윤 30% 보장안을 통과시키고 각 협력업체와 협상하고 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