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음식점 문에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문구와 결제에 필요한 QR코드가 인쇄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유 기자
1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음식점 문에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문구와 결제에 필요한 QR코드가 인쇄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유 기자
“이번에도 비트코인으로 내겠습니다.”

17일 서울 북가좌동의 한 장어구이집. 식사를 마친 50대 손님이 계산대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가게에 붙어 있는 비트코인 QR코드를 스캔했다. 일행 10여 명이 먹은 장어구이 5㎏ 가격은 30여만원. 당시 비트코인 시세 기준으로 환산하면 0.015BTC가량이다. 이 손님은 수수료 0.0005BTC를 더한 가격을 사장 임동선 씨(54)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송금했다.

30여 분이 지나자 사장 임씨의 스마트폰에 ‘송금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임씨는 “1주일에 두 명꼴로 비트코인 결제 손님이 찾아온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뛰면 이득도 볼 수 있어 지난 10월부터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가구점도 참치집도… '비트코인' 받는 가게 급증
◆급증하는 ‘비트코인 가맹점’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는 ‘비트코인 가맹점’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오프라인 사용처를 알려주는 ‘코인맵’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는 국내 상점은 이날 현재 150곳이다. 지난달 17일의 128곳에 비해 불과 한 달 만에 22곳이 늘었다.

이전까지 지지부진하던 가맹점 증가세가 최근 급격한 상승커브를 그리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비트코인을 지급 결제 수단으로 인정해 주는 가맹점은 2013년 12월 처음 등장해 작년 말까지 3년간 50여 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가 “가상화폐는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다”는 입장을 일관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소매 현장에서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음식점 ‘미다미참치’는 지난 9월부터 가상화폐를 받고 있다. 비트코인 외에 이더리움·리플 등 다른 가상화폐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손충재 미다미참치 대표는 “지난주에도 혼자 온 손님이 5만원어치 참치회를 먹고 가상화폐 리플로 결제했다”며 “지금은 가상화폐 결제 사례가 한 달에 두어 번 정도지만 앞으로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 수단으로 무리”…회의론이 우세

지급 결제 수단으로서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최근의 열기를 보면 가상화폐를 받는 상점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비트코인 결제 생태계에 편입되는 가게들이 늘어난 건 그만큼 가상화폐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라며 “마케팅 효과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맹점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비트코인이 보편적인 결제 수단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만만찮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비트코인 송금 수수료가 송금 금액과 상관없이 0.0005BTC 부가된다. 현재 시세로 보면 1만원(1비트코인=2000만원 기준)으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30분~1시간에 달하는 송금 대기시간도 치명적 단점이다.

비트코인 시세의 급등락도 결제 당사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미국의 유명 게임유통업체 스팀은 지난 4월부터 비트코인을 받다가 이달 6일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4년 전인 2013년 12월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매장으로 주목받은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이 지난해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했다. 매장 관계자는 “간간이 비트코인으로 빵값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후 관심이 줄면서 결제가 드문드문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수영/임유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