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살인사건에 대림동 주민들 '당혹'
서울 대림역 인근에서 20대 중국 동포가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反)조선족’ 감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범지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스스로 자율방범대까지 꾸린 대림동 주민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4시27분께 지하철 2·7호선 대림역 9번 출구 하나은행 앞 도로(사진)에서 중국 동포 A씨(26)가 신원미상의 남성과 다툼 끝에 칼에 찔려 사망했다. A씨의 왼쪽 가슴에선 자상(날카로운 물건에 찔린 상처)이 발견됐다. A씨는 현장에서 인근 고대구로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황모씨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행방을 쫓았으나 황씨는 이날 낮 12시50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하얼빈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신고자 증언에 따르면 A씨는 각목을 들고 칼을 든 범인과 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활극이 벌어진 대림역 9번 출구 인근은 낮엔 행인이 빼곡히 들어차는 번화가다. 지난 8월 대림동 일대를 우범지대로 그린 영화 ‘청년경찰’의 상영 중지를 촉구하는 중국동포단체와 대림동 주민들의 기자회견이 열린 장소이기도 하다.

“대림동은 범죄 소굴이 아니다”는 외침의 반향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발생한 이날 살인 사건에 인터넷 여론은 들끓었다. 사건을 최초 보도한 본지 온라인 기사엔 “영화 범죄도시는 실화였다” “조선족을 추방하라”는 등 비난 댓글이 수천 개 달렸다.

이날 오후 대림동 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인으로 붐볐지만 주민들은 착잡한 심정을 털어놨다. 대림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박모씨는 “금전 관계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돈다”며 “동네에 대한 편견을 깨겠다며 벌여온 노력들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대림동에 살고 있는 중국동포 성모씨도 “이번 사건 때문에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황정환/배태웅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