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리포트]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영등포구엔 유리천장 없어요"
“행정국장 교통행정과장 청소과장 모두 여성입니다. 영등포구에는 ‘유리천장’이 없습니다.”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사진)은 구청 내 여성 공무원 비율을 설명하며 으쓱해했다. 영등포구청에서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은 모두 706명, 전체 공무원(1382명)의 51%에 달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35%)보다 16%포인트나 높다. 간부 비율은 더 놀랍다. 5급 이상 여성 비율이 37.5%, 4급 이상도 22.2%다. 5급 이상 여성 공무원의 전국 평균이 12.6%, 4급 이상은 7.8%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3배가량 되는 수치다.

조 구청장은 “사회 전반에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 차별이 많이 남아 있다”며 “공적인 분야에서 선도한다는 생각으로 여성 간부를 많이 늘렸더니 일도 더 잘되는 것 같다”고 했다.

여성 공무원, 특히 간부가 늘어나면서 남성 직원의 불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남성 중심의 술문화가 줄어들고 성과 중심의 업무 분위기가 조성됐고, 남성 직원만 하던 숙직근무도 남녀 구분을 없애면서 불만은 잦아들었다고 한다.

여성 직원과 간부가 각 부서에 포진하면서 정책에도 변화가 있었다. 여성안심 택배함 설치, 여성안심 귀갓길 조성 외에 올해 6곳이 추가로 문을 열어 총 49곳이 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일하는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영등포구는 지난해 정부의 ‘가족친화기관’ 인증도 받았다.

양성평등 외에 조 구청장이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다문화 정책이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총 5만5000여 명, 전체 구민(36만8000여 명)의 15% 수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일명 조선족 거리로 불리는 대림 중앙시장이 있는 대림동이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한때 조선족이 많아 위험한 동네라는 인식이 높았으나 지금은 오히려 중국어를 배우려는 내국인이 이사를 올 정도로 달라졌다는 게 조 구청장의 설명이다.

영등포구는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해 지난해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전담부서인 다문화지원과를 신설했다. 구청 민원실에 통역사를 배치하고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맞춤정보와 구정 소식을 모국어로 제공하는 소식지(한울)도 발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대림동에 강의실, 상담실 등을 갖춘 다드림문화복합센터도 들어선다.

“대림동이 폭력, 칼부림이 횡행하는 우범지대라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가 만든 이미지입니다. 한번 가보세요. 외국인 주민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60여 명의 자율방범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백승현/박상용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