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이 27일 지진 여파로 외래 관광객 방문이 뚝 끊겼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포항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이 27일 지진 여파로 외래 관광객 방문이 뚝 끊겼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2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 입주민들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확보한 남구 오천읍 부영 임대아파트로 옮기기 위해 이삿짐을 싸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 피해로 살던 집이 뒤틀리고 기울어져 열흘 넘게 대피소에서 지내다 포항시의 긴급 지원으로 부영아파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포항시가 지금까지 파악한 이주대상은 대성아파트 170가구와 대동빌라 75가구, 원룸 6가구 등 모두 251가구다.

"과메기 철인데"…포항 죽도시장 '울상'
포항시가 지진 피해로 살던 집을 잃은 주민들에 대한 이주를 시작으로 지진피해 복구와 지역 소비촉진 등 지역 경제 살리기에 본격 나섰다.

시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주택이 완전히 파손되거나 반파, 소파 등으로 피해를 입은 곳은 총 2만8698건이며 손실액은 429억원에 이른다. 공공시설을 합하면 이날까지 집계된 피해액은 971억원이다. 손실액에 포함되지 않은 상가와 공장 등을 합하면 전체 피해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포항시는 피해 건축물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이 끝나면 이주대상 주민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흥해읍 등 지진 피해지역에 대해 재개발·재건축으로 도시를 완전히 재생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강덕 시장은 “이번 지진으로 흥해읍 등 신도시 개발지역의 주거환경이 극도로 악화됐다”며 “정부 차원에서 지진피해 지역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특별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는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내진 기준도 한층 강화해 지진 등 각종 재난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도시 포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다목적 재난 대피시설 및 지진체험안전교육장을 건립해 상시 위험 대응시스템 구축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 시장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진 등 재난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적 롤모델이 되도록 도시를 재생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지진으로 외래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지역상권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긴급 대책마련에 나섰다. 동빈대교에서 형산강을 남북 방향으로 연결한 총길이 1.3㎞의 포항운하를 오가는 관광 크루즈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매표소 관계자는 “하루평균 500여 명 이상 몰리는데 오늘은 1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포항 최대 전통시장인 죽도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평소 같으면 빈자리가 없을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횟집을 하는 김삼순 씨(75)는 “하루종일 기다려도 손님을 보기 힘들다”며 “지난해 지진으로 몇 달간 관광객이 뚝 끊겼던 경주처럼 되지 않을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연간 1000억원대 시장인 겨울철 과메기철을 맞아 포항의 관광, 먹거리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는 28일 지역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범시민 토론회를 연다. 윤광수 포항상의회장은 “토론회에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공인과 지역민이 똘똘 뭉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