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로·도주로 사전 파악…범행도구도 인터넷 등서 구입
경찰 '사건 배후설' 반박…"범인, 현장서 통화하지 않았다"
"정유라 집 흉기강도, 1주일간 치밀하게 범행 기획·준비"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집에 침입해 흉기를 휘두른 범인 이 모(44) 씨는 1주일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기획·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2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씨가 지난 19일부터 정 씨의 침입로를 알아보고 도주 경로 등을 미리 계획하는 등 범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씨는 우선 일부 인터넷 매체 기사를 보고 정 씨 집에 들어가는 방법을 익혔다.

해당 기사에는 정 씨 집의 구조와 들어가는 방법, 등기부 등본 등이 모두 나와 있다고 한다.

아울러 인터넷 지도의 '로드뷰' 등을 통해 지하철역에서 정 씨 집까지 가는 길도 미리 살펴봤다.

범행에 사용한 장난감 총과 접이식과도, 장갑, 끈 등 범행도구도 인터넷과 인근 철물점, 1천원숍 등에서 구매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본인 휴대전화에 도주로와 택시·기차·지하철 등 교통수단을 메모해둔 것이 발견됐다"며 "범행하러 가는 도중에도 지하철에서 한 번 내려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현장에 가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씨는 정 씨 집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요즘은 가정에 현금을 보관하지 않지만 정 씨는 계좌 추적을 피하려고 현금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현금 2억 원을 요구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카드빚이 쌓여 범행했다'는 이 씨 진술에 따라 카드사 등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 씨의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범인 이 씨는 또 경찰에서 "누구를 찌르려 하는 생각은 없었고 아이가 있을 때는 칼을 숨기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범행현장에서 정유라와 함께 있던 마필 관리사 A 씨가 다친 것도 이 씨와 몸싸움을 벌이던 과정에 서로 얽혀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싸움 도중 이 씨도 A 씨에게 여러 차례 맞아 얼굴과 몸에 멍이 들 정도였다는 것.
"정유라 집 흉기강도, 1주일간 치밀하게 범행 기획·준비"
경찰은 이 씨가 범행현장에서 휴대전화로 어디론가 통화를 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이 단순 강도사건이 아니라 배후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현장에서 통화하지 않았고, 통화하는 척만 했다"며 "이 씨는 '내게 배후가 있는 것처럼 보여야 보복을 당하지 않으리라 판단해서 그런 연극을 미리부터 계획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씨가 범행현장에서 꺼낸 휴대전화는 개통은 돼 있었으나 통화 이력이 전혀 없고 배터리도 모두 닳아 켜지지도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범행에 정치적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수사를 벌여 드러난 윤곽은 정치적 목적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오후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은 이 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마필 관리사 A 씨는 이날 오후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