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에 450만원씩 팔아 50억 챙긴 '대포통장 공장장'
1000개가 넘는 대포통장을 개당 450만원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50억여원의 부당 수익을 올린 ‘대포통장 공장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타인 명의 통장을 개설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등 위반)로 조모씨(54) 등 8명을 구속하고 이모씨(19)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조씨의 지시를 받아 일본에 서버를 둔 사설 도박·증권거래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7명을 검거해 이 중 조씨의 친형(56) 등 2명을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인 조씨는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장애인 등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취약계층 18명의 명의를 개당 150만원에 사들여 유령 법인 120개를 세웠다. 이를 통해 대포통장을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개설해 판매했다. 조씨 일당은 비밀번호 오류 등으로 통장이 정지되면 이를 무료로 재개통해주는 등 ‘애프터서비스’로 범죄 조직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관련 업계에서 ‘큰손’ ‘대포통장 공장장’ 등으로 불렸다.

조씨 일당의 대포통장은 450여만원의 비싼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몇 년 전만 해도 수십만원에 불과하던 대포통장 가격은 경찰 단속 강화로 천정부지로 뛰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통장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마다 호가를 높이며 통장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씨가 1100여 개의 대포통장을 팔아 거둬들인 수익금은 49억5450만원에 달했다.

금융회사가 통장을 개설할 때 본인 확인 절차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사용한 명의 중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도 있었다”며 “개인뿐 아니라 법인 통장 개설 심사에서도 본인 확인을 좀 더 엄격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