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우면 수시경쟁 심화…어려우면 만만하게 여긴 수험생 발목"
영어 첫 절대평가… 쉬워도 어려워도 '변수'
23일 치러지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처음으로 영어영역에 절대평가가 적용된다.

백분위나 표준점수가 사라지고 원점수를 기준으로 등급만 부여된다.

90점만 넘으면 1등급이다.

전문가들은 영어가 올해 입시의 복병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쉽게 나오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하는 수험생이 많아져 경쟁률이 높아지고, 어렵게 나올 경우 절대평가 전환으로 문제가 쉬워질 것으로 예상해 공부를 소홀히 했던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전체의 8.08%였다.

하지만 9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 비율은 5.33%, 10월 전국연합학력평가 때는 3.66%로 뚝 떨어졌다.

애초 상대평가 시 1등급 기준이 '상위 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모의평가에서는 절대평가로 바뀐 뒤에도 영어가 그렇게 쉽게 출제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은 "지난 여름방학 중 열린 영어특강·클리닉에 학생들 신청이 적었다"면서 "1∼2문제 더 맞거나 틀려도 등급에 변동이 없는 영어보다 원점수를 1점이라도 올리면 백분위·표준점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과목을 더 신경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예상과 달리 영어가 쉽게 출제되지 않는다면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자연계 수험생을 중심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영어 탓에 수시 수능최저기준을 못 맞추는 이들도 꽤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수석연구원도 "중상위원 대학 위주로 영어 절대평가에 대응해 수능최저기준을 높인 곳이 있어 영어가 어려우면 최저기준 미달자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문계는 정시모집에서 수학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면서 "국어의 비중이 이미 상당한 가운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비중이 줄어 대학들이 중요하게 볼 과목이 이제 수학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 연구원은 "대학별로 영어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이 다양하다"면서 "반영방식을 고려해 어느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한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어 1∼2등급 수험생이 4만명을 넘어갈 수도 있다"면서 "수능최저기준 충족자가 늘어나면서 대학별 논술·면접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에서 영어 등급 간 점수 차를 크게 두지 않는 곳이 있어 영어 과목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영어 2등급 수험생 30% 정도는 영어 1등급 수험생을 밀어내고 합격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수험생이 전체의 8%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수시에서 대학별 고사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