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제동 걸린 '구속 지상주의' 윤석열호(號)의 적폐수사

'반인권적 수사 방식' 도마에
변호인에 사전 증거 통보않고
영장심사때 전격적 공개 잦아
피의자 방어권 무력화 시켜
김관진·허현준 구속 당시 활용

구속적부심 인용률 하락도
'구속이 만능' 검찰 수사 부추겨
박근혜 정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자 윤석열호가 진행 중인 이른바 ‘적폐수사’가 궤도이탈 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구속 지상주의’에 함몰돼 영장실질심사 때마다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식 특수수사’의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영장심사 당일 불쑥 새 증거 꼼수…결국 '부메랑'

◆영장심사 ‘꼼수’ 동원하다 부메랑

법원이 질주하는 윤석열호에 제동을 걸었다. 같은 법원이 11일 만에 김 전 장관 ‘구속’에서 ‘석방’으로 180도 판단을 바꾼 것은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동원한 ‘꼼수’가 부른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다.

검찰은 구속영장청구와 동시에 청구서를 작성, 재판부에 제출한다. 변호인은 법원을 통해 이를 전달받아 심사에 대비한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 시 별도 ‘의견서’를 심사 당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은 사전에 받은 24쪽짜리 영장청구서만 볼 수 있다. 따라서 변호인은 새로 제시된 검찰 주장의 사실관계조차 확정하기 힘들어 피의자 방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영장청구서에 없는 주요 혐의 내용을 넣어 피의자 방어권을 차단하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 영장실질심사 때도 검찰은 같은 방법을 동원했다. 허 전 행정관의 영장청구서는 10쪽에 불과했지만 당일 재판부에 추가 제출한 의견서는 200쪽에 달했다.

검찰이 자신의 프레임을 만들어낸 뒤 유리한 사실관계만 짜깁기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구속청구서에 ‘사이버사령부가 적극적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수행해 정부와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하는 것을 2012년도 무렵의 사이버심리전 기조로 설정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범죄사실은 검찰에 의해 설정된 것으로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적부심에서 반박했고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주장한 ‘정치개입 댓글’도 전체 댓글의 1.1%로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 심리전 차원의 국방 안보와 관련한 일반적인 댓글을 정치행위로 매도한다는 게 변호인들의 반박이다.

◆방어권 무력화시키는 구속 남발

영장전담판사에 대한 검찰의 부적절한 압박도 도를 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부실한 영장청구서를 제출하고선 이를 기각한 판사들을 오히려 적폐로 지목하는 전례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압박이 실제로 영장전담 재판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 나온다. 판사 출신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인데도 영장전담판사들이 자꾸 혐의의 소명 여부나 사안의 중대성을 언급하는 것은 검찰 압박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를 구속시키면 ‘절반은 이긴 것’이라는 윤석열식 특수수사의 부작용도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명수사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피의자 방어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치권의 부적절한 개입이 검찰 질주를 가속화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석방 결정 이후 신광렬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에 대한 폄훼가 도를 넘고 있어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신 판사와 우병우는 TK(대구경북) 동향, 같은 대학, 연수원 동기, 같은 성향”이라고 비판했다. 사법부 불신을 조장하는, 금도를 넘은 발언이라는 평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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