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 발표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를 위한 5개년 로드맵’은 고위공무원(3급 이상)과 공공기관 임원의 여성 비중 목표치를 담고 있다. 그동안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던 여성 비율 확대 정책이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1%)보다 낮은 한국의 여성 관리직 비중(10.5%)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군과 경찰 등 일각에선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부 공모해서라도 비중 채워라”

정부는 2022년까지 고위공무원단 여성 비중을 현재 6.1%에서 10%로 늘리고 국가·지방직 과장급은 14%에서 21%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 관리자 후보군이 부족한 기관은 개방형·공모 직위를 활용하기로 했다. 개방형 직위 심사위원인 중앙선발시험위원회의 여성위원 비율도 40% 이상으로 규정하는 등 선발심사 과정에서 여성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여자 경찰 늘리고 여성이 전투 지휘…현장에선 '볼멘소리'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중은 현재 11.8%에서 OECD 평균(20.5%) 수준인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모든 공공기관이 임원에 여성을 1명 이상 선임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330개 공공기관 중 여성 임원이 없는 기관은 134곳이다.

국립대의 여성 교수 비중도 기존 16.2%에서 19%로 확 끌어올릴 방침이다. 전국 대학의 여성 교수 현황을 ‘정보공시항목’에 반영해 공표하고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초·중·고교 여성 교장과 교감 비중은 38.6%에서 45%로 올린다. 이번 계획은 ‘국가·지방 공무원 임용령’에 반영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지침에도 관련 규정이 포함된다.

◆일선 경찰·軍에선 회의론도

여성 비중이 현저히 낮은 군과 경찰의 진입 문턱도 양성평등 차원에서 확 낮아진다. 경찰의 경우 10.8%인 일반경찰의 여성 비율을 5년 내에 15%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2019년부터는 경찰대학과 간부 후보생 모집에서 남녀 구분을 없애기로 했다. 현재 경찰대와 간부 후보생은 모집 인원 중 10%를 여성으로 제한하고 있다.

군에서는 5.5%에 불과한 군인 간부의 여성 비율은 8.8%로 확대한다. 또 지상근접 전투부대 등 여성 군 간부들의 보직제한 규정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보직 제한 규정이 여성 군 간부가 조직 내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일선 경찰과 군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간부는 “일선 지구대만 해도 치안 현장이 거칠기 때문에 남성 경찰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체력 테스트를 남성과 비슷한 수준에서 시행해 뽑는다면 상관없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일반 경찰의 채용 제도 전반에 연구용역을 할 계획이다.

강원 인제 군부대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도 “남녀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는 좋지만 전투부대의 야외 훈련을 남녀가 똑같이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실제로 지상근접 전투부대를 지원하는 여군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