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법원에 내는 수수료인 인지대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인지제도 합리화에 관한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이 인지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인지제도는 소송 목적 가액이 증가하거나 심급이 올라갈수록 인지대가 늘어난다. 항소심은 1심의 1.5배, 상고심은 1심의 2배 인지대를 내야 하는 식이다. 대법원은 이 제도가 국민의 재판청구권 행사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대규모 거래와 다수를 당사자로 한 법률관계가 많아지는데 인지대 제도는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인지대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은 국회에서도 여러 번 제기됐다. 국회에서 심의 중인 관련 개정안은 세 건이다. 인지대 상한을 두고 심급 차등을 폐지하는 방식(변재일 의원안), 소가 비율을 현행의 절반으로 낮추는 방식(진영 의원안), 행정소송이나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서는 인지대를 내지 않도록 하는 방식(박주민 의원안) 등이다.

대법원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수익자 비용부담 원칙을 연구할 방침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경제학 관점에서 연구해 보자는 것이다. 접수 서류 분량, 변론기일 진행 횟수, 증거조사 시간 등 법원이 사건 심리에 투입하는 자원을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인지대 부과체계를 연구하겠다는 게 대법원 계획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