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50사단, 201 특공여단 등 장병 150여 명이 17일 포항 북구의 지진 피해 지역에서 무너진 잔해를 치우며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50사단, 201 특공여단 등 장병 150여 명이 17일 포항 북구의 지진 피해 지역에서 무너진 잔해를 치우며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을 비롯해 전국을 공포로 뒤흔든 지진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규모 5.4 지진 이후 이날 오후 3시까지 관측된 마지막 규모 2.0 이상 지진은 오전 8시25분 포항 북구 북쪽 8㎞에서 일어난 규모 2.1 지진으로 나타났다. 바로 앞서 일어난 지진은 그보다 약 7시간 이른 이날 오전 1시17분 포항 북구 북서쪽 6㎞에서 관측됐다. 전날인 16일 오후 7시5분에 포착된 규모 2.4 지진이 일어난 지 6시간 만이다.

포항 여진 횟수 크게 줄었는데…안정국면? 더 큰 지진 신호?
기상청은 17일 오후 6시까지 집계된 포항 지진의 여진은 모두 51차례라고 밝혔다. 지진 발생 첫날 15일에는 오후 2시29분 본진 발생 이후 모두 33차례 지진이 관측됐다. 오후 6시58분26초에 발생한 25번째 지진은 바로 앞 지진이 일어난 이후 불과 50초 만에 발생했다. 이후 지진 간격은 조금씩 벌어지면서 둘째날인 16일에는 16차례, 셋째날인 17일에는 2차례로 발생 빈도가 떨어지면서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

기상청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여진 발생 빈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다시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경주 지진 때도 본진 발생 1주일 뒤 규모 4.5의 큰 여진이 발생했다”며 “당장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서 당분간은 긴장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진은 강한 본진이 일어나 진원지 주변 지각에 힘이 재배치되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강한 본진이 일어난 뒤 여진을 통해 남아 있던 에너지가 해소되면서 점차 규모와 빈도가 줄어드는 게 보통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일어난 뒤 지난 8월까지 여진만 2229회나 일어났다. 1년 넘게 여진이 계속된 건 한반도 지진관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승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장은 “경주 지진의 사례를 비춰보면 하루 이틀 새 여진 횟수가 잠시 준다고 여진 빈도가 줄었다고 단정짓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진동에너지가 몸으로 느끼는 정도인 진도와 빈도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규모 5.4 지진이 본진이 아니라 더 큰 지진에 앞서 온 전진일 수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이렇다 할 답을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진과 본진, 여진을 구분하려면 일정 기간 일어난 전체 지진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가장 큰 지진이 본진, 이보다 앞서 온 작은 지진이 전진, 본진이 일어난 이후에 일어난 작은 지진을 여진으로 구분한다.

2009년 이탈리아의 문화재 도시 라퀼라시에서 일어난 규모 6.3 지진은 실제 본진이 일어나기 전 6개월 동안 수백 차례 일어난 지진을 무시했다가 피해가 커졌다. 지난해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도 이틀 전 규모 6.5 지진이 나자 이를 본진으로 해석했다가 규모 7.3 지진이 오면서 큰 피해로 이어졌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이 주변의 어떤 지각에 힘을 미쳤는지 여진 분포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면서 “이 지역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위험이 높지만 그렇다고 이번 지진을 계기로 더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박근태/박상용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