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만교 포스코ICT 중국법인장 "사드 봉합 불구 한·중 갈등 대비해야"
“한국과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갈등을 일단 봉합한 건 분명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사드 문제는 향후 수많은 형태로 발생할 한·중 갈등의 서막일 뿐이라고 봅니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인 사이에서 ‘베테랑 중국통(通) 비즈니스맨’으로 잘 알려진 서만교 포스코ICT 중국 총괄법인장(사진)은 지난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4년부터 베이징에서 살고 있다. 칭화대에서 정치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0년 포스코그룹에 입사, 이듬해 포스코ICT의 전신인 포스데이타의 베이징 1인사무소를 시작으로 활동해왔다. 포스코ICT는 중국에 진출한 포스코그룹 계열사 및 중국 주요 제철소의 시스템 관리를 맡고 있다.

서 법인장은 “이번 합의문에 중국 측 주장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이제 한국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확실히 알았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이렇게 크게 갈등을 일으킨 적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결국 우리가 숙이고 들어가는 형태로 일이 마무리됐습니다.”

그는 “중국인에겐 다른 민족을 지배하고자 하는 DNA가 흐르는 것 같다”며 “한국에 대해 여전히 ‘우리에게 조공을 바치던 나라’란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19차 공산당대회에서 내세운 ‘새로운 시대’엔 중국이 패권주의를 더욱 강력하게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과정에서 사드 갈등보다 훨씬 더 심각한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모든 게 정치로 수렴됩니다. 내부 정치 상황 변동에 따라 대외정책, 경제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그래서 항상 소규모 지방정부부터 중앙정부까지 제도와 법률 변동을 세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 부분에서 많이 고생합니다.”

서 법인장은 “한·중 사드 갈등은 분명 커다란 위기였지만 우리가 전반적으로 대(對)중국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재점검할 기회가 되기도 했다”며 “중국은 너무 가까이 해도, 너무 멀리 해도 위험한 나라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전투에선 져도 전쟁에선 이긴다고 자부하는 나라’”라며 “특정 사안에 일희일비하다가 큰 흐름을 놓치고 중국에 선수를 빼앗길 위험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많은 사람이 중국에서 ‘현지화란 곧 중국화’라고 착각한다”며 “기업 전략 중 80~90%는 글로벌 기준을 따르되 10~20%는 중국인 취향에 맞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