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벽화·예술작품 등 새단장
[르네상스 시대 여는 부산] 영도 깡깡이마을, 새 문화예술 명소로 뜬다

지난달 29일 부산 영도구 대평동 깡깡이마을로 들어서니 조선기자재를 취급하는 상점과 수리조선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에 벽화 등 문화가 접목돼 있었다. 근대 수리조선 1번지가 주민과 외부인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독특한 산업 풍경과 마을 곳곳에 어우러진 공공예술작품, 마을의 역사와 주민의 삶을 확인할 수 있는 책과 웹툰, 시화작품, 공연을 만나볼 수 있었다.

깡깡이마을을 가꾸는 역할은 영도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이 맡았다. 부산시의 ‘예술상상마을’ 공모 1호로 깡깡이마을에서 문화예술형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소리, 색채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깡깡이마을 경관을 재단장하고 주민 편의시설을 갖추는 공공예술 작업이다. 지난해 소수영 작가(작가명 정크하우스)가 공장과 창고에 독특한 문양의 그림을 그린 ‘월 아트’ 작업을 선보여 개성있는 풍경이 탄생했다. 영화와 공공예술, 역사 등 3가지 콘셉트가 있는 마을 투어도 진행한다.

올해는 다양한 국가의 작가가 이곳에서 머물며 골목과 쌈지공원, 생활문화센터 등의 외벽에 개성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평동 대동대교맨션 4층 벽면에는 독일 출신 유명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헨드릭 바이키르히(ECB)가 수리조선소에서 녹이 슨 배의 표면을 제거하던 영도 깡깡이 아지매들의 강인하고 고된 삶을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놓았다. ‘주름진 얼굴, 희끗희끗한 머리의 할머니 얼굴’. 작품명은 ‘Mother of Everyone’(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다. 가로 13m, 높이 35m의 초대형 그림이다. 작가는 2012년 수영구 광안동 어민활어직판장 주차타워에 ‘어부의 얼굴’이라는 작품을 남겨 큰 화제를 모았다. 작품 높이만 56㎝로 아시아 최대였다.

작품이 그려진 대동대교맨션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운영하던 미국 스탠더드석유회사가 있었고, 6·25전쟁 때는 미군 보급창고가 자리잡았다. 1980년대 초 완공된 이곳 1층에는 각종 선박부품업체가 들어선 독특한 형태를 띠기도 했다.

깡깡이마을은 부산의 산 역사를 보여준다. 이곳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와 함께 시작됐다. 19세기 말 일본 어민들이 황금어장을 찾으러 부산으로 건너온 것이 계기였다. 태풍 피항에 적합해 대풍포라고 불리던 일대는 어선 포구로 이용되다 매립이 되면서 일본 조선소와 가옥들이 들어섰다. 해방 후에는 국내 조선기술이 더해져 우리나라 수리조선의 1번지로 떠올랐다. 일제 군수물자 수송의 핵심기지였던 슬픈 역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욱 깡깡이예술마을 예술감독은 “부산의 정체성을 찾고 지역의 삶의 애환을 주민들과 같이 공유하고 그 이야기를 방문객과 함께 소통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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