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7’ 개막에 즈음해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혁신의 용광로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7’ 개막에 즈음해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혁신의 용광로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공석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사람’과 ‘창의’다. 모든 아이를 위한 교육이란 그의 철학이 ‘사람’이란 단어에 집약돼 있다면 ‘창의’는 김 부총리의 미래 비전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17’ 공동 주최기관인 교육부 수장으로서 31일 인터뷰에 응한 김 부총리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 못지않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 시스템 변화도 중요하다”며 “기존의 빠른 추격자 모델에서 선도자가 되기 위한 교육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변화를 원하는 수요가 많습니다.

“다가올 미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충격도 클 거예요. 예측도 어렵습니다. 미래에 대비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창의융합형 혁신인재를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올해 인재포럼의 주제를 ‘우리가 만드는 미래’라고 정한 것도 이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에요.”

▷인재상이 바뀌는 셈이네요.

“그렇죠. 지금까진 지식을 얼마나 빨리 습득하고 적용할 수 있느냐가 인재의 기준이었어요. 교육도 입시 위주일 수밖에 없었는데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어요. 앞으로는 이걸로는 안 됩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집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인재상이 변할 겁니다.”

▷취임 100일이 넘었습니다.

“혼란과 갈등으로 상처 입은 분들을 치유하고, 교육부를 비롯해 대한민국 교육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첫걸음이라는 생각으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사실 교육은 그 어느 분야보다 복잡하고 어려워요. 학부모만 해도 모두 과거 학생이었죠. 각자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얘기하다 보니 통합된 정책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 얘기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나 대학 총장직선제 얘기일 텐데요. 과거 아픔을 치유하는 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미래를 지향하는 정책을 펴나갈 겁니다.”

▷어떤 게 있습니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이 필수죠. 평생교육부터 강화할 겁니다. 가난한 사람들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평생교육 바우처 제도를 내년에 신설합니다. 대학은 그동안 지나치게 학생 중심이었는데 앞으로는 학생 외 성인들에게 개방하는 성인 친화적인 대학이 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직업교육에 대한 범부처 차원의 마스터플랜도 내년에 발표할 예정이고요.”

▷교실 개혁도 많이 말씀하시는데요.

“우선 고교 교육을 하루빨리 정상화시키려 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서구처럼 무학년제로 만들려고 해요. 고교학점제 도입이 출발점이 되겠죠. 고교 혁신은 제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해요. 능력 있는 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도록 교장공모제를 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수능 개편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가장 중요한 게 의견수렴이에요. 온교육 사이트를 개설해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겁니다.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점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잘 노는 아이가 인정받을까요.

“아무 목표 없이 놀기만 해서는 안 되겠죠. 잘 놀게 하려면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이기도 하죠. 학교에선 교사와 학생이 양방향 소통과 가상체험 같은 신기술을 통해 진로를 찾아줄 겁니다. 지난 8월부터 초·중등교사 2000명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연수를 시작했어요.”

▷부처 간 칸막이 지적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것이 많아요.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나 학교폭력 문제도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됐습니다. 다만 사회부총리가 가진 권한이라는 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부처 간 칸막이 얘기가 나오는데 이 문제도 내년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해법을 준비 중이에요.”

▷인재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인재들이 몰려드는 혁신의 용광로 같은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중관춘이나 선전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인재들을 흡수하고 있고요.”

▷인재포럼을 베트남으로 수출한다고 했습니다.

“올 12월(13~15일) 하노이에서 ‘한·베트남 인재포럼 2017’을 엽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인재포럼 브랜드를 해외로 처음 수출하는 셈이죠.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한 이후 인적 교류의 깊이와 폭이 심화, 확대되고 있어요. 한국 내 베트남 유학생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한·베트남 인재포럼은 양국 간 교육 및 인적 교류의 플랫폼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겁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