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해도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못 받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더 높은 배점을 받아요.”(A공기업 인사담당)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함에 따라 공기업 공채 시장은 당분간 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에 정규직 전환노력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채를 통한 청년 채용 배점은 규모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나지 않는 한 평가 점수가 미미하다. 공기업들로선 정규직 신입 사원을 뽑는 것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유인책이 더 크다는 얘기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이 정규직 업무를 그대로 대체하는 건 아니지만 전체 정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사례가 대거 늘어나면 결국 본부별 신입 채용인력을 조금씩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포털의 관련 기사에도 공채 감소에 우려를 나타내거나 역차별 가능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이 쓴 “신규 채용은 어떻게 되는 것이지? 일자리가 ‘나와라 뚝딱’ 하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지금 20대 청년 취업난만 더 가속화되는 거 아닌가”라는 댓글에는 가장 많은 3000여 개의 추천이 달렸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직 전환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이미 울타리 안에 들어가 있는 소수만 보호되고 나머지는 일자리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부작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정부가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