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실수사·검찰 영장 기각 탓"

경찰, 서장 등 9명 징계 착수
아내 자살 이어 아버지도 목 매… 비극 치닫는 '어금니 아빠' 사건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아내 최모씨(32)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던 이씨의 의붓아버지 배모씨(60)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최씨가 자살한 데 이은 비극적 결말이다. 최씨는 지난달 초 배씨 자택이 있는 강원 영월경찰서를 찾아가 두 차례나 고소했지만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이 검찰에 의해 잇따라 기각되자 지난달 6일 목숨을 끊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중랑경찰서에 대한 감찰 결과 ‘어금니 아빠’ 사건에 대한 초동 대응과 수사·지휘 체계상 부실을 확인해 관계자 9명의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감찰 결과 A양 실종 당일인 지난달 30일 신고를 접수한 망우지구대 경찰관은 신고자인 A양 어머니를 상대로 A양 행적 등을 조사하지 않는 등 핵심 단서 확보 기회를 놓쳤다.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 경위와 순경도 112상황실에서 현장에 출동해 수색하라는 ‘코드1’ 지령을 내렸음에도 ‘출동하겠다’고 허위 보고한 뒤 사무실에서 대기했다.

심지어 같은 날 중랑서 여성청소년과에 세 명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으나 어떤 출동도 없었다. 이 중 한 명은 다음날 낮 천호대교 남단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 접수 당시 112상황실에서 코드1로 전달했으니 당연히 출동했어야 했다”며 “또 다른 변사자 역시 ‘신고 당일 적극 수색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겠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자조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관련자들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배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뿐 아니라 체포영장을 수차례 기각한 검찰에도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영월경찰서에 따르면 25일 오후 영월 자택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배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유서에는 “형사분들에게 부탁하는데 누명을 벗겨달라”고 적혀 있었다.

앞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배씨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체포영장을 세 차례나 기각했다. 피해 진술의 신빙성 확보 등 수사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경찰은 “최씨 성폭행 사건에 대한 검경의 수사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계속되는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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