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신분으로 피해 상황 진술…"김재철 전 사장이 몸통"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이 공영방송 장악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위원장 등 노조 간부를 불러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

김 위원장은 장준성 교섭쟁의국장과 함께 24일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에서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MBC 노조는 20일 김장겸 현 사장과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 등 경영진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업무방해, 방송법 위반, 노동법상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전·현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는 고용노동부 조사를 거쳐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노조 고발은 부당노동행위 의혹 배경에 국정원과의 공모가 있었다는 점을 수사해 달라는 점에서 서부지검 사안과 다르다.

지난달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은 방송사 간부와 프로그램 제작 PD 등의 성향을 광범위하게 파악해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을 교체하는 등 인사 개입 방향을 담은 다수의 문건을 생산했다.

이때를 전후해 MBC에서는 간판 시사 프로그램 폐지, 기자·PD의 해고, 파업 등 사건이 일어났다.

파업 참여 직원들은 스케이트장 등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보돼 인사권 남용 논란이 일었다.

수사팀은 최근 김재철 전 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길용 MBC NET 대표, 전영배 MBC C&I 사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김 위원장은 조사를 받기 전 "국정원 문건 내용이 MBC에서 그대로 실행됐다는 것을 자체 조사를 통해 여러 차례 확인했다"며 "후플러스, 더블유 등의 프로그램이 폐지됐고 PD수첩 PD들은 부당전보되거나 쫓겨나는 등 탄압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를 무력화하라는 내용이 국정원 문건에 있는데, 실제로 이에 따라 공정방송을 보장하는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만이 아니라, 실행에 공모한 경영진이 처벌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영배 전 기조실장은 국정원 직원과 연결돼 사장에게 실행방안을 보고하고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은 사장 지시에 따라 PD수첩을 파괴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몸통인 김 전 사장을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재철 전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