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성신약의 무효소송 기각

"지배구조 개편…경영 안정화 효과
승계작업 일환이었어도 문제 없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과정도 적법"

법조 "승계작업 재판단 불가피"
"지배력 강화만이 목적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측 주장에 힘 실릴 듯
"문형표·홍완선 2심엔 직접 영향"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19일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소송에서 일성신약의 청구를 기각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삼성물산이 2015년 7월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하자 이에 일성신약과 일부 소액주주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결정했다”며 보유 주식 매수를 회사에 요구한 소송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합법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절차 적법"… 이재용 재판 새 변수

2016년 12월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현판식을 했다. 같은 시간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 10곳을 수사팀이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듬해 3월6일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도록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이 부회장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합병 문제는 특검 수사의 기둥이었고, 시작과 끝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물산의 합병 목적이 부당하지 않으며 위법하지도 않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해도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경영 안정화 등의 효과가 있다”며 “경영권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합병 비율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특검은 삼성이 합병 성사를 위해 비율을 조작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재판부는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해 산정된 것이고, 그 산정 기준이 된 주가가 시세조종 행위나 부정거래 행위로 형성된 것이라는 등 (합병을 무효로 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도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공단을 대표한 최모 이사장이 합병의 찬반을 결정하기 위한 과정에 복지부나 기금운용본부장의 개입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투자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도 “투자위원회의 찬성 의결 자체가 내용 면에 있어서 거액의 투자 손실을 감수하거나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과 같은 배임적 요소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용·문형표·홍완선 2심 영향”

이날 판결은 같은 날 2회 공판을 마친 이 부회장 2심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재판부는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도 경영상의 합목적성이 있었으므로,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 1심 재판부가 유죄 근거로 삼은 ‘포괄적 승계 작업’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핵심적인 개별 현안의 불법성이 부정된 만큼 2심 재판부가 ‘포괄적 승계 작업’의 실체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등 1심이 제기한 ‘포괄적 현안’에 포함된 개별적 현안들 또한 오롯이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이 부회장 변호인단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본부장의 2심 재판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 부회장 재판에도 변호인단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특검의 공소 내용이 특정 ‘프레임’에 따라 짜 맞췄기 때문에 법정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놓고 다투면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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