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의 부담을 낮추고, 의료 지원 서비스 강화를 목적으로 '치매국가책임제'를 선포한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각각 한의사·치과의사의 치매 진료 권한을 더 부여해야 한다고 10일 주장했다.

먼저 대한한의사협회는 경증 치매 환자 관련 보완서류 발급 주체에 한의사 참여를 배제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치매관리법·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일반 한의사의 치매 진단 및 소견서 발급을 보장하고 있지만, 정작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서는 치매 특별등급 산정 소견서 발급 권한을 '한방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한의사 중 약 0.67% 정도밖에 되지 않는 한방 신경정신과 전문의만 치매 5등급 진단이 가능해 한의원을 찾는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게 한의협 측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치매 특별등급(5등급) 도입을 통해 신체적 기능제한이 없으나, 치매로 인해 주변 사람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소아청소년과·피부과·안과 등 전공에 상관없이 의사는 누구나 치매 환자의 장기요양 등급을 판정할 수 있다"며 "의료법상 같은 의료인의 범주에 포함되는 한의사에게도 동등한 권한을 부여해야 직역 간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의사는 의사와 더불어 치매 진단의 주체로 봐야 한다"며 "치매안심센터에 한의학적 관점의 치매 예방·관리·치료 프로그램을 늘리고, 양·한방 협진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치매 환자에게 더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경우 현재 치매안심센터가 운영하는 치매 예방과 관련한 구강관리법 교육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치협은 치매안심센터와 인근 치과 병·의원과 치매 대응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해 상호 간 경증 치매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아가 10개 미만인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이 크므로 치매에 걸리기 전부터 구강건강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치협 측 분석이다.

김철수 치협 회장은 "치매 환자와 관련한 교육을 이수한 치과의사에게 이수증을 발급한 후 치매안심센터 진료에 참여하게 한다면 치매 환자의 구강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치매국가책임제를 맡게 될 정부 부처(복지부 등)에 구강 보건 담당 부서를 신설해 치매 환자에 대한 치과 진료 서비스의 전문성 및 연구개발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윤 치협 홍보이사는 "예를 들어 치매 환자 타액을 이용한 바이오마커를 개발한다면 치매 정도가 더 심해지기 전에 조기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치매 치과 진료와 관련한 국가적인 연구개발 사업이 연속성을 갖고 이른 시일 내 성과를 내려면 전문 부처와 공무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