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도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해야 한다”며 “조만간 경총과 전경련을 찾아 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도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해야 한다”며 “조만간 경총과 전경련을 찾아 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65)은 ‘문단심(문성현 단병호 심상정)’으로 불리는 1세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연맹 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냈고 민주노총 설립을 주도했다. 노동운동을 하다 1985년 처음 구속됐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9년 세 번째 구속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변론했다. 올해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노동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8월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 수장으로 위촉됐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할 당시 누구보다 강력히 탈퇴를 주장한 당사자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며 “노사가 서로 오해와 편견, 이념적 재단만 걷어내면 말 그대로 경제·사회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노사정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는 “노사정위는 정부 기구가 아니라 노사정을 모두 대표하는 기구인 만큼 균형감 있게 일하겠다”며 “조만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움츠려 있다.

“노동계가 계속 요구사항을 내놓고 있는데 경영계도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해야 한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일정을 잡아서 전경련과 경총을 찾아 대화할 예정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일치, 불일치와 관계없이 모든 분을 만나보는 게 당연하다.”

▷정부가 고용 유연성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노사 모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근로자가) 회사에서 나가면 생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해고는 살인이다’는 말이 있는데 현실이 그렇다. 노사가 구조조정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은 기업별로 벽이 높기 때문에 어렵다. 경영 조건이 좋은 데는 계속 좋아지고 중소기업은 더 나빠진다. 기업별 안정성이 아니라 사회적 안정성을 마련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노사정위 과제로 꼽았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1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16.4% 올리면서 7%가량을 추가경정예산에서 지원하기로 했고 주택, 교육 등 사회 복지적 관점에서도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역할을 다 했다. 나머지는 노사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안정적인 임금을 받는 대기업 노조도 상당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올까.

“노동계든, 사용자든 ‘못하겠다, 비용을 왜 내가 부담하느냐’고 하면 (최저임금 1만원으로) 못 가는 것이다. 하지만 노사가 큰 방향에만 동의한다면 방안은 찾을 수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친노동 정책이 아니다. 근로자의 소비력이 커지면서 옷도 사고, 휴대폰도 바꾼다. 경제에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나.

“파리바게뜨는 특수하다. 제빵이라는 게 다른 나라엔 프랜차이즈가 거의 없다. 특수하다 보니 법대로 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파리바게뜨가 제빵사를 모두 직고용하면 협력사(인력 도급업체)는 하루아침에 일을 접어야 한다. 그들이 현실적으로 무슨 죄가 있나. 어느 날 갑자기 ‘빠지라’고 하는 건데 거기 속한 가족이 50명이든 100명이든 우리 국민이 아닌가. 단순히 (일자리) 현황판에 몇 명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해 당사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 가닥을 잡아야 한다. 숙의 민주주의로 풀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법 때문에 안 돼’라고 단칼에 자를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는지 충분히 논의했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노동계가 조건을 내걸면서 노사정위 복귀를 미루고 있다.

“노동계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민주노총은 1998년 노사정위에 들어갔다가 바로 탈퇴했다. 당시 노사정위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합법화하면서 ‘정리해고법’을 넣었는데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등의 정리해고 반대투쟁 과정에서 아픔이 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으면서 끝까지 교섭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아예 교섭을 하지 않은 민주노총보다 훨씬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대통령을 포함한 8자 회의를 받아들이나.

“지난 시기의 아픔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법적으로 노사정위라는 틀을 활용해야 한다. 8자 회의는 한 번쯤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마중물’ 역할로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후 노사정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전교조 합법화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전교조 합법화는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문제다. 노동조합법엔 근로자가 아닌 자를 노조에 가입시키면 노조를 허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기업별 노조는 이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세계 통념 기준으로 전교조는 산별 노조 성격이 강하다. 해고자가 포함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고 행정해석도 갑자기 바꿀 수 없는 만큼 적절한 시기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들어와서 이런 부분을 함께 논의했으면 한다.”

▷위원장 임기(2년) 중 사회적 타협이 가능할까.

“노사가 서로 오해와 편견, 이념적 재단만 걷어내면 사실에 근거해 합의할 수 있다. 기술을 축적하고 소득도 올리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니까 노사가 배치되는 게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정규직 노조가 급여의 1%를 내고, 기업도 1%를 내서 비정규직과 하도급업체를 위해 쓰겠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이 자리잡으면 전체적으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 문성현 위원장은

△1952년 경남 함양 출생 △진주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동양기계 노조 사무국장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공동의장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노동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