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특수공작'을 벌이는 과정에서 도청감지 장치까지 가동한 정황이 드러났다.

4일 사정 당국 등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문성근·김여진씨의 합성 나체사진 유포와 관련해 상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에는 '도청감지 장치 가동'이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인터넷 사이트에 사진 등을 유포할 때 '외국인 대포 아이디 사용'이란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특수공작의 주체가 국정원이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사진 제작·유포 과정에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 시절에 국정원 심리전단이 2011년 인터넷 사이트에 문성근·김여진씨의 모습이 담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것을 확인했다.

두 배우가 침대에 함께 누운 합성사진 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 "육체관계"라는 문구가 적혔다.

국정원 TF는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가 구성됐고, 정부 비판 성향 연예인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달 11일 발표했다.

인터넷 여론조작의 중심 조직인 심리전단은 기조실로부터 퇴출 대상 연예인 명단을 넘겨받아 '심리전'이라는 명목하에 인터넷에서 이들을 공격하는 활동을 벌인 것으로 TF는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지난달 22일 합성사진 제작을 지시한 팀장이었던 국정원 직원 유모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과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유씨 등을 상대로 특수공작을 승인한 윗선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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