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한국청년 채용 나선 닛산자동차·기린 등 33개 일본 기업
올 2월 경남 인제대를 졸업한 주재형 씨(26)는 요즘 흔히 말하는 ‘취포(취업포기)자’였다. 정보기술(IT) 분야 취업을 원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해당 분야 전공자가 아니면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아서다. 고민 끝에 그는 일본 취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일본 기업들은 직무 숙련을 위해 1년가량 연수 기회를 주니 전공 불문이고, 야근이나 회식도 훨씬 적다”는 게 주씨의 말이다.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청년인재 일본기업 채용상담회’(사진)엔 주씨와 같은 이들이 200여 명 몰렸다. 한양대, 건국대, 동국대 등 내로라하는 국내 주요대 졸업생들로, 1차 서류심사(약 500명 대상)를 통과해 이번에 면접 기회를 잡았다. 최종 채용 규모는 40명 내외다. 경쟁률이 10 대 1을 웃도는 셈이다.

이날 채용상담회는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2015년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년째 여는 행사다. 일본 참여 기업은 첫해 17곳에서 올해 닛산자동차, 일본전산 도소크, 기린 등 33곳으로 늘었다.

국내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일본 기업에 취업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 4학년 김혜원 씨(22·여)는 “양국 기업에 모두 합격하면 일본 기업에 입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야근이나 회식 문화가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기업들은 초임이 국내 기업보다 높지는 않지만 기본급 외에 수당이 많고 대부분 장기근속이 가능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일본의 노동시장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라는 점도 국내 젊은이들의 도일(渡日)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도쿄의 웬만한 대학 졸업반이면 합격한 기업 두세 군데를 놓고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한다는 게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가와바타 게이치 긴키금속 대표는 “지원자 수가 100명에서 30명 정도로 줄었고, 구인 공고를 내면 1~2주 만에 사람을 구했는데 이제는 한 달이 지나도 못 구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기업들도 능력을 갖추고도 취업에 실패한 한국 청년들을 선호한다. 기린의 인사총무부 쓰치야 요헤이 씨는 “한국 학생들은 기계·전기 전공자가 많고 능력도 우수하다고 판단해 면접을 거쳐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석숭 한일재단 전무는 “한국의 취업난과 일본의 구인난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양국 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인 만큼 한·일 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