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참여연대, 국회 의원회관서 토론회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 안돼… 일감 몰아주기 등 엄벌해야"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식 저가매각 등에 대한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과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진·한화S&C 사례를 통해 본 재벌총수일가 봐주기 판결 비판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경영권 승계로 의심되는 주식 저가매각에 면죄부를 주는 사법부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한항공과 한화S&C 관련 판결을 사례로 제시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는 지난 1일 대한항공과 특수관계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볼 수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진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위반금액 규모가 미미하고, 유사거래의 정상가격을 추단하는 과정이 없어 내부 거래가 유리한 거래라는 점을 공정위가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민변의 한경수 변호사는 "일감 몰아주기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제23조 2의 도입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여부를 기준으로 위법성을 판단하고 그 부당성에 대한 공정위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 규모 등으로 위법성을 판단하고 부당성의 증명책임을 공정위에 돌린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공정거래법 제23조 2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민변 김종보 변호사는 김승연 회장 등의 한화S&C 주식 저가매각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검토했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한화 이사들의 한화S&C 보유지분의 저가매각 혐의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등이 제기한 소송 재판에서 원고 패소로 확정판결했다.

한화그룹이 2005년 한화S&C 주식 40만주를 김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현 한화큐셀 전무)에게 매각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안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제값을 받고 팔았기에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주식 매각이 이사회 절차를 거쳐 이뤄졌고, 회계법인이 주식가격 산정작업을 진행했다는 이유를 들어 재판부가 한화 측의 책임을 면책해줬다"고 주장했다.

재벌기업에서 이사회는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지나지 않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또 '수습회계사가 단순 수행한 가치평가에 일부 오류가 있기는 하나 과정 및 결과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판시에 대해 "재판부가 회계상 오류를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kih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