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에서 검사만 맡을 수 있는 자리가 40개 가까이 대폭 줄어든다. 그동안 요직을 검사들이 독차지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컸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해당 자리에 검사를 배제하는 조치가 아니어서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법무부의 ‘탈(脫)검찰화’가 헛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사정 드라이브를 강화하면서 검찰개혁 의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독] 법무부 '탈검찰화' 헛구호에 그치나
◆검사 자리 58개에서 19개로 대폭 축소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법무부 정원을 조정해 검사만 맡는 자리를 58개에서 19개로 줄이기로 했다. 또 감찰관과 법무심의관을 비(非)검사 출신도 할 수 있도록 개방키로 했다. 법무부 탈검찰화의 고삐를 죄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보직에 여전히 검사 임명이 가능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만만찮다. 바뀐 법령은 ‘검사로 보한다’는 기존 규정을 ‘검사 또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보한다’라고 수정해 검사 임명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법무부 정원도 검사 단독 정원은 줄였지만 감소된 규모만큼 검사가 포함된 일반직 공무원 정원은 늘릴 계획이다. 법무부 내 검사 비중이 유지되고 검사들이 여전히 요직을 차지할 수 있는 구조로 볼 수 있다.

지난 7월에도 법무부는 국·실·본부장급에서 4개이던 ‘검사 자리’를 1개로 줄였지만, 결국 법무실장 한 자리만 비검사 출신으로 임명했다. 같이 개방된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과 범죄예방정책국장은 여전히 검사 출신에게 돌아갔다.

◆검찰개혁 의지 테스트

법무부의 지난달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과장 자리를 관행대로 검사들이 독차지했다. 법무과장, 범죄예방기획과장, 인권구조과장 등 주요 보직에 검사가 대거 배치됐다. 법무부로 전보된 검사 수가 28명에 달했고, 실무책임자인 과장급에만 16명이 임명됐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새 정부가 사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검찰개혁 의지가 떨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전 정부에서처럼 정치적인 사건을 돌파하기 위해 검사 출신을 중용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핵심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수처 신설에 부정적인 검사들이 장악한 법무부가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검사가 맡아야 정책 추진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직책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송무, 피의자 인권보호 등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가 많은데 1~2년 순환근무하고 검찰로 돌아간다면 장기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처럼 검사가 법무부에 대거 포진한 경우는 해외에서도 드물다. 미국 법무부에는 500여 명의 변호사가 법무 행정을 맡고 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법무부 근무의 법적 근거인 ‘검찰청법 44조’를 폐지해 탈검찰화를 되돌릴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