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개발자 90%는 수학 전공… 언더라이터는 청약 가입여부 판단"
보험사에는 ‘언더라이팅’이란 직무가 있다. 주된 업무는 보험 청약자들의 가입 여부 판단이다.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 등 변화하는 사회상에 적합한 신상품을 개발하는 ‘상품개발자’도 보험사에서 볼 수 있는 직무다. 27일까지 신입·경력사원을 뽑는 교보생명을 찾아 이들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교보생명 이선옥 가입심사팀 대리(29·오른쪽)와 김윤석 상품개발팀 대리(34·왼쪽)가 참여했다.

이선옥 대리는 올해 6년차 언더라이터(언더라이팅 업무를 하는 사람)다. 그는 “언더라이터는 보험 가입 고객의 신체적·재정적·도덕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고객의 과거 병력을 조사하는 일이 많아 간호사, 병원 의무기록사 출신이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했다. 이 대리는 “의학적 지식이 많으면 좋지만 이보다 고객이 가입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보험설계사(FP)를 설득해야 하는 일도 우리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을 한 건이라도 더 판매해야 하기에 이들에게 ‘거절 이유’를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로서는 판매 극대화도 필요하지만, 리스크를 줄여야 하기에 언더라이팅은 꼭 필요한 업무”라고 강조했다.

이 대리는 한 달에 2000~3000건의 가입 여부를 심사한다. 하루 100건 이상을 심사하는 셈이다. 고객 한 명의 서류를 두 대의 컴퓨터 화면(청약서 화면과 고객의 과거 보험금 지급내역 화면)을 보면서 심사한다. 이 대리는 “1분 만에 한 건을 심사하기도 하지만 때론 한 시간 이상 볼 때도 있다”며 “까다로운 심사 건이 있을 땐 팀원들끼리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일관성 있는 결과를 도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더라이팅 직무에 관심이 있다면 대학 시절 관련 자격증(언더라이터 CKLU)을 미리 취득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채용에서 심사부에 가입심사팀의 언더라이팅 직무와 지급심사팀의 클레임 직무도 함께 뽑는다. 지급심사팀은 약관에 의거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업무로 약관해석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대 출신이 많다.

김윤석 대리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는 “처음엔 보험상품 개발이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수학적인 부분이 더 많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팀원(17명) 90% 이상이 수학·통계학 전공자라고 했다. 김 대리는 “종신보험 한 건의 보험료 산출 땐 100만 건 이상 경우의 수가 나온다”며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포트란이나 엑셀 VBA를 이용해야 하기에 숫자를 싫어하면 어려운 직무”라고 소개했다.

보험상품 하나가 출시되려면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고 했다. 보험 상품은 ‘콘셉트회의→상품 가안 작성→보험심사·가입심사팀 검토→약관 작성→보험료 산출→상품설명서·안내자료 검수→신상품 시스템 구축→온라인 검증→공시자료 발간→보험협회 보고’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상품개발팀은 보험상품 개발 외에 보험특약 개발, 금융위원회의 보험상품 계정 지침 변경에 따른 상품 내용 변경 등의 업무도 해야 한다.

김 대리는 보험상품 개발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열린 사고’를 꼽았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트렌드를 간파하고, 해외 유행 상품이 무엇인지 등 관심의 폭을 넓게 가질 필요가 있어요. 이런 사람이 상품개발 아이디어 회의 때도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결국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해 내더라고요.”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