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채용 청탁자까지 참고인 소환조사 방침…정관계 로비 수사 가능성
대표 맡은 2013년 이후 분식회계 매출기준 5천억 추산…당사자는 부인

분식회계, 채용비리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가 구속 후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KAI 경영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25일 오후 하 전 대표를 소환해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구속 후 소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23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공여 등 10여개 혐의로 하 전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혐의사실을 포함해 하 전 대표를 상대로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할 분량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검찰은 주된 혐의인 분식회계와 관련해 하 전 대표의 지시와 관여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대표이사를 맡은 2013년 이후 KAI의 분식회계 규모가 매출기준으로 5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부 감사 회계법인이 KAI의 이번 상반기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냈지만, 수사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강제 조사할 수단이 없는 것과 달리 검찰은 강제수사 등을 통해 분식 혐의를 상당 부분 자백받을 수 있었다"며 "금감원의 회계감리 결과도 검찰 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계법인의 불법 유착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달리 KAI 수사에서는 지금까지 회계법인의 불법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최종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들도 분식 규모를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전 대표는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자신이 경리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몰랐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관여한 의혹이 있는 KAI의 채용비리와 관련해 인사를 청탁한 인물들에 대한 수사도 보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하 전 대표가 구속됐다고 해서 인사 청탁의 경위를 밝히는 일이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주요 인사청탁자에 대해 적절한 계획을 세워 수사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KAI가 2015년 무렵부터 공채 지원자의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한 11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한 혐의 등을 잡고 수사해왔다.

부당채용을 의심받는 직원에는 최모 전 공군참모총장의 공관병,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 고위 공직자의 아들, 방송사 관계자의 아들, 정치인 동생인 방송사 간부의 조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수사 성과에 따라 하 전 대표의 개인비리를 넘어 연임을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뻗어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경영비리 외에 수사 방향을 예고할 단계는 아니지만, 수사대상에는 당연히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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